일상의 그림자
오늘, 나는 얼마나 나답게 살았을까
하루를 돌아보는 질문은 늘 늦은 밤이나 퇴근길 지하철에서 나를 붙잡는다. 매일은 불안하고, 나는 늘 부족하며, 하루는 실수투성이다.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지만, 세상은 좀처럼 그렇게 허락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그중 일부는 아무렇지 않게 사람의 미래를 짓밟는다.
저 세상이야기 같은 시끄러운 연예인들의 이야기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연말의 펼쳐진 이슈들은 사람들 입에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어 있었다.
그 소리들을 듣기 싫어도 듣고 있자니, 분노와 허탈, 설명할 수 없는 무력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 감정의 속도를 잠시라도 늦추고 싶어, 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고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노인석에 두 분의 할머니가 앉아 계셨다.
“백 살까지는 보셔야지. 건강이 최고여.”
“다 필요 없고, 그냥 따뜻한 날에 잠자듯이 가면 그걸로 됐지....”
두 분은 세월이 고스란히 밴 손을 포개 서로를 쓰다듬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꼬깃한 가제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모습이, 순간 들판에 소담하게 피어 있는 흰 씀바귀처럼 느껴졌다. 소박하고 단단한 생의 결말 같았다.
문득 전날 밤의 꿈이 떠올랐다.
얼굴이 하얀 젊은 여인이 나를 끌어안고는 환하게 웃으며 대나무 숲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어디선가 따온 달큼한 열매를 내게 먹였다. 음습하면서도 진한 향이 감돌았고, 서늘한 손이 이마를 어루만지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박명으로 물든 새벽 창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며 멈춘 듯 흐르는 도로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달리고 있으나 정지해 보이는 자동차들, 적막한 골목을 비틀거리며 오르는 취객, 재개발 아파트의 불빛이 먹빛 새벽 위로 부유하고 있었다. 하현달은 고독한 그림자를 드리운 채 하늘에 걸려 있었다.
얼마나 잠들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출근 준비를 했다.
칫솔질을 유난히 오래 하며 입안의 거품을 헹궜다. 지하철 안 사람들의 흐름은 거대한 물살 같았다. 벨 소리와 안내방송, 구두 소리와 웃음소리, 계절이 바뀌었음을 말해주는 외투 자락의 마찰음이 뒤섞였다. 반복되는 일상은 어떤 날은 수월하고, 어떤 날은 체력에 정면으로 부딪힌다. 그래도 오늘은 비교적 무난히 흘러갔다.
다시 그 그 할머니들의 대화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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