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를 가장한 불편함 관하여

합당하지 않은 사소한 법들

by 구시안

우리는 법을 질서라고 배운다.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약속,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 그래서 법은 대체로 옳다고 전제된다. 그러나 삶을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전제는 종종 흔들린다.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법이 합당하다는 사실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는 유난히 사소해 보이지만 묘하게 불편한 규칙들이 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절차,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형식, 지키는 순간 오히려 인간다움이 줄어드는 규정들. 그것들은 대개 문제없이 작동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묻지 않기 때문이다. 따르는 데 익숙해진 사회에서는, 불합리함은 곧 풍경이 된다.



합당하지 않은 법들은 대개 선의를 가장하고 있다.

공정을 위해, 안전을 위해, 효율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법이 실제로 보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기 시작하면, 대답은 흐려진다. 어떤 규칙은 사람을 보호하기보다 관리하기 위해 존재하고, 어떤 절차는 질서를 세우기보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법은 중립적인 언어를 쓰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힘의 방향이 숨어 있다.



철학적으로 보면 법은 도덕의 최소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구시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자각(自覺). 나의 비릿한 언어가 향기로워질 때까지 낮과 밤을 걷기로 하다. 브런치 +154

89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64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3화고립이 부르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