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붕괴감에 대하여
나는 어느 날부터인가 무너지고 있다는 감각을 사건이 아니라 날씨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번개처럼 갑작스럽지 않고, 지진처럼 요란하지도 않았다. 그저 매일의 공기 속에 스며든 습기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눅진함이 마음의 벽지에 얼룩을 남겼다. 붕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우리는 보통 붕괴를 외부의 충격으로 상상한다.
실패, 이별, 상실, 병. 그러나 나의 붕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자랐다. 하루가 무사히 끝났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더 지치게 했다. 아무것도 잃지 않았는데, 모든 것을 잃어가는 기분. 삶이 부서진다기보다, 삶을 지탱하던 의미의 접착제가 서서히 말라가고 있었다.
철학자들은 인간을 “의미를 묻는 존재”라 불렀다.
개뿔같은 철학은 참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질문과 그 의미는 왜 계속 반복 되는가를 묻게 된다. 나에겐 그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나는 그 질문을 던질 힘조차 잃은 상태에 가까웠다. 의미를 묻지 않는 삶은 편안해 보이지만, 실은 가장 위험한 평온이다.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견디는 삶은, 견딤이 끝나는 순간에 한꺼번에 무너진다. 나는 그 임계점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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