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며 하는 이야기

어쩌면 우리는 행복과 기회 사이에 버려진 길냥이일지도 모른다.

by 구시안


어쩌면 우리는 행복과 기회 사이에 버려진 길냥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품에 안겼을지도 모를 가능성과, 이미 지나쳐버린 온기 사이에서 조심스레 발을 내딛으며 살아가는 존재. 세상은 늘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를 말하지만, 정작 그 선택이 시작되는 자리에는 설명서도, 지도도 없다. 그저 본능처럼 남은 온기를 좇아 걷거나, 상처를 피하려다 또 다른 상처를 만나며 하루를 넘길 뿐이다.



길 위의 고양이는 스스로를 불쌍하다 여기지 않는다.

다만 비가 오면 비를 피하고, 배가 고프면 쓰레기봉투를 뒤적이며, 낯선 발소리가 다가오면 경계할 뿐이다. 인간인 우리는 다르다고 믿고 싶지만, 사실 삶의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는 상처 위에 의미를 덧씌우고, 우연에 이름을 붙이며, 불안을 미래라는 말로 포장할 줄 알 뿐이다.



행복은 언제나 가까운 듯 멀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다가도, 막상 움켜쥐려 하면 미끄러져 빠져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기회를 선택한다. 조금 더 안전해 보이고, 조금 더 확실해 보이는 길. 그러나 그 길 위에서 문득 고개를 들면, 내가 원하던 풍경이 아니라 남들이 그려준 지도 속 풍경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순간의 공허함은 길 위의 고양이가 느끼는 밤의 추위와 닮아 있다.



나는 견디기 힘들거나 얕은 희망에 목을 매거나 하진 않는다. 움직이고 해야 할 일은 해야한다.

머리가 복잡할 때면 일단 먹는 일에 집중한다. 먹어야 사니까. 먹어야 글도 써진다.



우리는 왜 이렇게 자주 자신을 길 위에 내버려두는 걸까.

아마도 세상은 너무 빨리 움직이고, 우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기 때문이다. 쉬면 뒤처질 것 같고, 멈추면 버려질 것 같다는 두려움. 그래서 배고픔을 느끼기 전에 이미 다음 끼니를 걱정하고, 오늘의 슬픔을 다 소화하기도 전에 내일의 불안을 준비한다. 그 사이 마음은 점점 마르고, 우리는 점점 더 야위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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