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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음

이름을 붙이기 이전의 삶에 대하여

by 구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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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세계가 우리에게 처음 건네는 질문이다.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대개 이름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름은 있지만 이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상태로.



누군가는 이름을 원한다.

화려한 이름. 명성의 이름. 수많은 욕망의 이름을. 사람들이 다 알만한 이름이 되길 원한다.

그런 이름에는 늘 쓸모없는 가벼운 그림자들이 붙는다.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고대 철학에서 이름은 존재의 표식이었다.

플라톤은 이름이 사물의 본질을 드러낸다고 믿었고, 반대로 노자는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영원한 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름은 드러냄이자 가림이었다. 불리는 순간 분명 해지지만, 동시에 그보다 넓은 무엇을 잃는다. 그 대가가 잃어야 하는 것이 내 자신의 정체성이라면 그 이름을 불리고 싶지 않다.



우리는 자라면서 수없이 많은 이름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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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 감정과 쉽게 합의된 문장들 사이를 기록합니다. 빠른 공감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쓰고자 합니다. 내면을 중요시 여기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 53일째 거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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