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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함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이유

흔들리며 살아가는 존재의 정직함

by 구시안

인간은 왜 끊임없이 완벽을 꿈꾸는가.

아마도 불완전하다는 자각이 인간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족하다. 알지 못하고, 서툴며, 쉽게 흔들린다. 그 사실은 오래도록 인간에게 수치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인류는 신을 상상했고, 규범을 만들었으며, 완전함이라는 이상을 머리 위에 걸어두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그 완전함이 아니라, 끝내 지워지지 않는 불완전함이다.



불완전함은 인간 존재의 결함이 아니라 구조다.

우리는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늘 어떤 부분은 놓친 채로 살아간다. 선택은 언제나 배제를 동반하고, 결정에는 후회가 뒤따른다. 인간의 삶은 언제나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는 문장으로 이어진다. 이 미완의 상태야말로 인간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완성된 존재는 더 이상 변화하지 않지만, 인간은 변화하기 때문에 인간이다.



불완전함은 사유를 낳는다.

만약 인간이 완벽한 존재라면 질문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질문은 모자람에서 비롯된다. 왜 그런가, 어떻게 다른가, 다른 선택은 가능했을까. 철학은 언제나 결핍에서 시작되었다. 알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출발점으로 삼을 때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가 된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고백은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가장 인간적인 선언이었다.



또한 불완전함은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완벽한 존재는 홀로 서 있을 수 있다. 도움도, 이해도, 용서도 필요 없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우리는 자주 실수하고, 상처를 주고, 그로 인해 사과하고 화해한다. 관계는 그 과정 속에서 깊어진다. 타인의 결함을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연민을 배우고, 자신의 약함을 들여다보며 공감의 언어를 익힌다. 사랑이란 어쩌면 서로의 불완전함을 견디고 받아들이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불완전함은 윤리의 토대이기도 하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규칙을 만들고, 책임을 논한다. 우리는 언제든 잘못할 수 있기에, 잘못에 대해 묻고 반성한다. 만약 인간이 오류 없는 존재라면 윤리는 필요 없었을 것이다. 옳고 그름을 고민하는 일 자체가 이미 불완전함을 전제로 한다. 그 고민 속에서 인간은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고, 공동체는 조금씩 수정된다.



현대 사회는 종종 불완전함을 제거해야 할 문제로 취급한다.

자기계발은 결핍을 빠르게 메우라고 재촉하고, 성공 서사는 흔들림 없는 직선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삶은 종종 숨 쉴 틈이 없다. 실수는 실패로 환원되고, 부족함은 곧 낙오의 신호가 된다. 이때 인간은 자신의 인간다움을 숨기기 시작한다. 약함을 감추고, 흔들림을 부정하며, 완벽한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한다. 그 결과 삶은 단단해 보이지만, 동시에 쉽게 부서진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일은 포기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다. 나는 언제든 틀릴 수 있고, 지금의 판단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다. 이 태도는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완벽함을 주장하는 사람은 닫혀 있지만,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사람은 열려 있다.



내가 사랑하는 예술 역시 불완전함 속에서 탄생한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균형 잡히지 않은 문장,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여운, 설명되지 않는 감정. 좋은 예술은 언제나 빈틈을 남긴다. 그 빈틈에서 감상자는 자신의 경험을 끼워 넣는다. 만약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명된 작품이라면, 우리는 그 앞에서 감탄할 수는 있어도 오래 머무르지는 못할 것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것을 통해 자신을 비춘다.



결국 불완전함은 인간을 살아 있게 한다.

넘어질 수 있기에 조심하고, 실패할 수 있기에 도전은 용기가 된다. 끝내 완성되지 않기에 삶은 계속해서 쓰인다. 인간다움이란 흠 없는 상태가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다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의 연속이다.



그래서 우리는 불완전함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으로 남아 있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불완전하기에 우리는 묻고, 연결되고, 반성하며, 사랑한다. 완벽해지지 않아서, 우리는 아직 살아갈 이유를 가진다. 그 미완의 상태 속에서 인간은 오늘도 자신을 갱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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