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드 어덜트(Spoiled Adult)

과잉 보호된 채 방치된 세대의 초상

by 구시안

그녀는 너무 일찍 부드러운 방에 가두어졌다.

벽은 솜으로 발라졌고 하늘은 보호자 동의서 아래 열렸다. 화초처럼 자라나 어른의 키를 얻었으나 동그란 유리구 안의 계절은 열여섯 살 여름 이전에서 멈췄다. 실패는 오지 않았고, 그래서 상처도 오지 않았으며, 결국 피 흘릴 줄 모르는 인간이 되었다. 거리의 신호등은 항상 파란색이었고, 멈춤을 배우지 못한 어둠 앞에서 분노했다. 자유는 달콤한 독 책임은 삼키지 못한 약을 스스로 삼키면서.


권리를 외치며 의무를 토해내는 주둥이가 자유롭다.

밤마다 가슴 안의 아이가 울고, 자신 안의 자연스럽게 자라나지 못한 어른은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새벽, 아무도 없는 시간에 그 아이는 처음으로 깨닫는다. 구해주는 손이 없을 때 비로소 내 다리가 떨리기 시작된다는 것을. 그 불안에 흔들리는 다리는 튼튼하지 못해 그녀는 이미 다 자랐지만, 아무것도 끝내지 못한 채 서 있다.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되, 어린아이만큼 용서받지 못하는 존재들. 스포일드 어덜트. 망가진 인간이 아니라, 너무 오래 보호받다가 스스로 서는 법을 잃어버린 인간을 말한다.


나는 그들을 술집에서도 본다. 그리고 인터넷 안에서도 그녀를 만났다.

버스 정류장에서, 회사의 복도에서, 부모의 아파트 거실에서. 서른두 살의 웃고 있는 얼굴로 시도 때도 없이 여전히 주둥이와 손가락을 놀리고 있는 열여섯 살의 분노를 품고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그녀를 떠올려본다. 세상이 인정하는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최고의 대학에 다녔던 그녀. 정작 자신이 무엇을 걸어봤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이건 개인의 나약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시스템의 성공담이다.


달콤한 우유를 너무 오래 먹인 사회. 이 사회는 아이에게 말했다.

“넌 특별해.”

"넌 천재야."

그리고 같은 말을 천만 명에게 반복했다. 특별함이 인플레이션 되자 노력은 구식이 되었고, 실패는 폭력이 되었으며 책임은 트라우마라는 이름으로 의료화되었다. 부모는 아이의 길을 닦아주다 아이의 다리를 잘라버렸다. 넘어질 기회를 제거한 대신 일어나는 법도 제거했다. 그래서 스포일드 어덜트는 분노한다. 세상은 자기에게 맞춰지지 않았고, 자기는 세상에 맞춰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타인에게 칭얼거린다.


회사, 국가, 그리고 유치원의 합작품. 회사는 말한다.

“자율적으로 생각하라.”
그러면서 매뉴얼을 준다.

국가는 말한다.
“네 선택이다.”
그러면서 선택지를 네 개만 남긴다.

교육은 말한다.
“너 자신이 되어라.”
그러면서 정답을 외우게 한다.


이 모든 구조는 성숙한 어른을 원하지 않는다.

다루기 쉬운 소비자. 불안에 중독된 직원. 항상 누군가를 탓할 준비가 된 시민을 원한다. 스포일드 어덜트는 이 시스템에 완벽히 적응한 결과물이다. 불만은 많지만 전복할 에너지는 없다. 비판은 하지만 대안은 없다.

아직도 어린아이라는 포장지에 싸여 있는 주둥이와 손가락이 자유로운 그녀를 주시하고 있다. 책임을 모르는 인간이 맞이할 것은 딱 하나 '후회와 책임'이다. 그녀는 이미 사회에서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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