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두드리는 일

나비가 되어 열정의 꽃을 찾는 일

by 구시안

문은 벽에 붙어 있지만, 사실은 사람의 몸에 달려 있다. 어깨쯤, 심장보다 약간 위에 보이지 않는 경첩으로. 매일 조금씩 삐걱이며, 사람들은 각자의 문을 달고 거리로 나선다. 문은 잠겨 있지 않다. 다만, 열리는 법을 잊었을 뿐이다.


두드리는 일은 주먹이 아니라 망설임으로 한다. 세게 치면 깨질까 봐. 조용히 두드리면, 들리지 않을까 봐. 그래서 대부분은 문 앞에서 손을 내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항상 문 하나가 있고, 그 문에는 초인종도 없고

손잡이도 없다. 오직 노크만 가능하다.


두드리는 소리는 말이 되지 못한 문장이고.

사과가 되지 못한 표정이며.

사랑이 되지 못한 체온이다.


어떤 문은 한 번의 두드림으로 열리고, 어떤 문은 평생 두드려도 안쪽에서 기척조차 없다. 그래도 사람은 그 문을 다시 두드린다. 문이 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사람이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일은 상대의 마음을 열기보다 자기 안의 문을 닫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는 듯이.


나는 여기 있다고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아직 연결을 믿고 있다고. 오늘도 누군가는 아무도 없는 밤에 자기 자신의 문을 두드린다. 들리든, 들리지 않든. 그 소리만으로도 문은 이미 사람 쪽으로 조금 열려 있다.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는 일. 그것은 한 마리의 나비가 꽃을 찾는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갑갑하고 참을 수 없는 감정은 예고 없이 올라온다. 욕지기 같은 신물처럼. 그것은 실패의 기억이라기보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열망에 가깝다. 문득 오래전에 썼던 글들이 떠오를 때, 나는 다시 문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본다. 바쁘게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던 시절.


그때의 꿈은 늘 따뜻한 담요 속에 있었고, 심장은 장작을 태우듯 스스로를 밝히고 있었다. 불안은 있었지만, 두려움은 아직 이름을 갖지 못했으며, 거절조차도 하나의 대화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지나간 시간들을 편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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