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간을 사랑해야 할까

매력과 신뢰 사이

by 구시안

어떤 인간을 사랑해야 할까. 뜬금없게도 나는 밤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질문은 답을 찾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어렵다. 다만 살아가며 마음속에 오래 남아, 스스로를 마모시키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다른 얼굴로 되돌아온다. 질문은 사라지지 않고, 시간에 닳아 형태만 바꾸고 있을 뿐이다.


사랑은 명확한 기준 위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준이 무너지는 순간, 사랑이라는 감정의 가장자리에 서게 된다. 사랑해야 할 인간은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편안함은 익숙함에서 오고, 익숙함은 곧 무감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시작의 불꽃은 늘 다른 이유였다.


사랑은 감각을 되살리는 일이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오래 머물게 하고, 이해했다고 믿었던 감정을 다시 의심하게 만든다. 그런 흔들림을 허락하는 인간, 자신도 모르게 더 정직한 상태로 밀어 넣는 인간을 사랑하게 된다. 사랑은 함께 심은 꽃이기 때문에 시들게 되어 있다.


그 인간은 선하지 않을 수 있다. 늘 옳지도 않고, 때로는 이기적이며, 자기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어두움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처를 윤리로 덮지 않고, 고통을 미화하지 않으며,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줄 아는 태도. 그런 인간 앞에서야 비로소 방어는 느슨해지고, 계산하지 않는 마음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려는 욕망이 아니다. 또한 자신을 증명하려는 수단도 아니다. 사랑은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끝내 이해되지 않는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손을 내미는 것, 그 거리 자체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마음. 사랑은 가까워지는 기술이 아니라, 거리를 망치지 않는 윤리 같은 도덕 같은 것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사랑은 영화처럼 마냥 행복하지고 않고 고독하다. 함께 있을수록 더 분명해지는 고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 고독을 견딜 수 있다면, 그 고독을 상대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면, 비로소 아무 이유도 붙지 않는 사랑에 가까워질 것이다. 사랑은 누군가를 구원하거나 파괴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결심이었다. 그저 그 사람이 그 사람으로 남아 있도록 허락하는 일이니까.


그렇다면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 사랑에는 경험이 소용이 없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구시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자각(自覺). 나의 비릿한 언어가 향기로워질 때까지 낮과 밤을 걷기로 하다. 브런치 +156

90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64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9화머리카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