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자정을 기다리며
모래 위를 걷는다. 도시는 모래 같다. 뜨거운 사막. 그 수많은 모래밭 어딘가에 숨겨놓은 무슨 숙제처럼, 양심처럼, 낮과 밤의 경계를 잃은 사막 같은 도시. 발끝에 닿는 모래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다. 그저 무겁게 느껴질 뿐이다.
빗방울이 모래 사이로 스며든다. 겨울 비다. 천둥소리가 멀리서 흔들고, 나는 그 소리에 마음을 맞춘다. 마른 목구멍이 목을 긁는다. 목소리는 없고, 입술은 물기 없는. 이유 없는 슬픔으로 메마른다. 날씨 탓이겠지 하고 냉수 한 사발을 마시며 창가를 바라보다가. 깊은 밤 실루엣만 보이던 앞집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남자였구나. 이사를 하는 모양이다. 비가 오면 잘 산다고 했는데. 깊게 눌러쓴 모자에 가려져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잘 살기를. 알지도 못하는 그의 안녕을 빌었다.
그의 짐들이 반투명한 비닐로 덮이기 시작한다.
추워도 떨지 못하는 사물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방으로 들어왔다.
간밤에 꾼 꿈에는 달리는 말이 있었다. 두 마리의 말. 마부는 말 위에서 숨을 고른다. 신기루가 지평선 위에서 흔들리고, 오로라는 먼 하늘에서 반짝였다. 나는 그 빛을 좇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 오로라가 가득한 허공 속에 손을 넣지는 않았다. 허공의 무덤 속으로 팔을 넣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상한 꿈이었다.
사람은 꿈을 꾼다. 마치. 징조처럼. 어떠한 경고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징조와 경고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실현되기 전까지는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니까. 꿈이라는 것은 나중에 되돌아보면서야 이해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경고 같은 예측성 꿈을 꾼다는 건 그저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어쩌면 그저 개꿈이라는 단어가 정확할 수도 있으니까. 하루를 시작하면 그 꿈의 이유를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지난 밤 꿈은 잠시 접어두고 기억만 해놓기로 했다.
아침이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이불은 아직 차갑고, 얼굴의 구겨진 자국이 손끝에 남는다. 차가운 굴에서 잠을 잔 짐승의 동면처럼 보일러를 켜지 않고 잠든 밤.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나는 짐승인가. 하긴. 사람은 짐승이기도 하니까.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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