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나는 늘 경계선에 서 있었다. 아이와 어른, 꿈과 각성, 살아 있음과 이미 잃어버린 것들 사이에서.
밤은 조용했지만 친절하지는 않았다. 바람은 이름을 알고 있다는 듯 나를 불렀고, 나무들은 그 부름을 숨기지 않았다. 그때 나는 알았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어둠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순간이라는 것을.
나는 마왕이라 불렸다. 그러나 왕관도, 군대도 없었다. 내가 가진 것은 오직 유혹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아이들은 나를 본다. 어른들은 끝내 보지 못한다. 아버지의 품에 안긴 아이는 나를 바라보며 울었다.
그 눈빛에는 공포보다 먼저 이해가 있었다.
“당신은 진짜군요.”
아이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들었다.
나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이미 아이는 이쪽 세계의 무게를 알고 있었으니까. 그것을 볼 수 있었으니까.
살아 있다는 것은 너무 이른 약속이었고, 남아 있는 시간은 너무 거칠었다.
어른들은 말한다.
그건 바람이라고, 안개라고, 착각이라고. 그 말들이 아이를 살릴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죽은 아이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폭력을 쓰지 않는다. 나는 다만 문을 연다. 열쇠는 언제나 인간의 손에 있으니까.
말이 멈추고, 밤이 끝났을 때 아버지는 팔 안에서 식어 있는 아이를 보았다. 그 순간, 그는 처음으로 나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항상 그렇듯이.
괴테의 시. 슈베르트의 음악.
세상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완벽한 콜라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변함없다.
귓가에는 고전시대와 낭만시대의 시와 음악이 반복되어 흐르고 있었다.
Wer reitet so spät durch Nacht und Wind?
누가 밤과 바람을 가르며 저리 늦게 달리는가?
시작이 이 정도다. 1782년에 쓰여진 괴테의 그 오래 전의 언어가.
문학 사조의 질풍노도 시기에.
음악은 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 괴테의 거절에 시작으로 만들어진 슈베르트의 마왕.
괴테의 8권의 작품집은 그렇게 내 눈에 들어왔던 시기가 있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책이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단골 작은 책방을 향해 가고 있었다.
반드시 읽고 싶은 책이었기에 그 작가의 책을 구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었다.
마왕.
반복하며 들려오는 피아노의 강약이. 마왕을 완벽하게 부르는 피셔 디스카우의 바리톤의 음성. 그의 높 낮이가 귓가에 자리하고 앉아 있었다. 마치 나에게서 무언가를 뺏어간 마왕과 대치하듯, 그렇게 도망가는 마왕을 따라잡듯 거리를 걸었다. 불가능에 다가가는 것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마왕은 계속 비웃으며 도망가고 있었다.
돌려달라고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냥 그 마왕을 죽이면 되니까.
눈을 가릴 만큼만 모자를 눌러쓰고 걷는 길에 나는 모자 아래서 오랜만에 웃고 있었다.
자꾸 입꼬리가 올라가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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