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앞으로 도착한 편지들

어둠 속에서 찾아야 하는 것들

by 구시안

빛이 없을 때 눈은 기억을 더듬고 발은 망설임을 밟는다.

어둠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길이 아니라 길을 잃어도 걷게 하는 이유. 부서진 이름 하나. 아직 끝나지 않은 말 한 조각. 도망치다 흘린 마음의 방향.


어둠은 숨기는 것이 아니라 남겨두는 것. 보이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헤집고 다니며 손에 움켜쥐는 일. 그래서 나는 불을 켜지 않는다. 어둠이 묻는 질문에 천천히 대답하기 위해.




바깥은 몹시 추웠다. 내가 이 추위에 못 견딜 걸 걱정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어둠 속에서 못 찾은 담뱃갑은 어디 잘 숨어 있거나 감춰져 있겠지. 일을 하다 다친 삐끗한 허리에 주삿바늘이 들어가 약물이 퍼졌을 때.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생각나는 건 담배였다. 병가를 내고 휴식을 취하던 그날. 어둠에서 찾아야 하는 것들이 제법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옷장에 걸린 모든 옷은 검은색이라 밤이면 보호색을 띠고 어떤 것을 입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아무거나 찾아 입고 편의점으로 도저히 행방을 모르겠는 담배를 무시해 버리고 밤 길을 나섰다. 두통이 심해지기 시작한 뒤로 병원에 드나들게 되는 나이가 되어서 인지.


매년 건강검진으로 하루나 이틀을 버려버리고 나서 듣게 되는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의 입에서는 좋은 소리는 없었다. 편의점에 친절한 아르바이트 학생이 담배를 건네줄 때 나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어차피 내 몸.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어둠에 깔리는 시간.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는다.


약을 먹고 얼마 후 두통은 사라져 버렸고 내 입에는 담배가 물려 있었다. 그리고 시선은 창 밖을 향하는 시간. 둥근 테이블에 다가가 어둠 속에서 컵을 찾는다. 금세 적응하는 두 눈이 어둠 속에서 곧 잘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기 시작할 때가 깊은 새벽녘이다. 어둠 속에서도 익숙해지는 행동과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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