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리지 않지만 늘 배고픈 사람들
우리는 굶주리지 않는다.
최소한 통계 속에서는 그렇다. 냉장고는 비어 있지 않고, 거리는 밝으며, 노동의 대가는 계좌로 정확히 입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 부족함은 결핍이 아니라 비교에서 비롯된다. 상대적 궁핍은 물질의 문제가 아니라 시선의 문제이며,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존엄의 문제다.
절대적 가난은 몸을 위협하지만, 상대적 궁핍은 마음을 잠식한다.
전자는 빵의 양을 묻지만, 후자는 나의 위치를 묻는다. “나는 어디쯤 와 있는가?”라는 질문은 늘 타인의 삶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상대적 궁핍은 언제나 사회적이다. 혼자서는 느낄 수 없고, 반드시 누군가와 나를 나란히 세워야만 발생한다.
이 사회에서 노동은 하나다.
하루는 모두에게 똑같이 스물네 시간이고, 피로는 공평하게 쌓인다. 그러나 노동의 의미는 결코 하나가 아니다. 누군가의 노동은 ‘경험’이 되고, 누군가의 노동은 ‘생존’이 된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어떤 이는 커리어를 쌓고, 어떤 이는 오늘을 버틴다. 노동의 결과가 계층을 가르고, 그 계층은 다시 비교의 기준이 된다.
우리는 “노력하면 된다”는 말을 도덕처럼 외운다.
그러나 이 문장은 언제나 결과가 아닌 과정만을 강조한다. 노력의 총량은 측정할 수 없지만, 결과는 언제나 비교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력은 개인의 미덕이 되고, 실패는 개인의 책임이 된다. 상대적 궁핍은 이 지점에서 윤리화된다. 가난은 구조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로 바뀌고, 불안은 개인의 마음가짐 부족으로 환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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