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아주 잘 살아냈다는 증거
피곤하면 좋은 거라고.
하루를 아주 잘 산거라고.
그러니 너는 잘 살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나에게 말해 주었다.
계란 다섯 알을 삶아 먹기로 하고. 바나나 하나와 요구르트 하나를 벗겼다.
시계는 6시. 늘 정확하게 도착하는 쓰레기차의 울림은 여전했다. 알람이 딱히 필요가 없는 정확한 시간.
창문을 여니 청소부의 입에서는 소슬한 입김이 쏟아지고 있었다.
또 하루를 여는 시간.
큰 묘지 같은 기차역이 흐릿한 불빛을 내비치며 사람들이 모여들 시간.
밤새 켜놓은 라디오를 끄고 유리창에 비친 모습을 바라봤다. 순식간에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납덩이처럼 무거운 머리를 가볍게 해 줄 무언가를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에 켠 바보상자.
바보상자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는 보들보들하고 갈대처럼 흔들리는 소식들이었으면 좋겠으나.
여전히 가장 훌륭한 약은 못되어 주는 소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뻣뻣하게 날씨만큼 굳어가는 몸을 잠시 풀어준다. 평일에 쉰다는 건 이런 게 자유롭다는 듯이. 여유를 부리면서. 골목길에는 하나둘씩 어디론가 향하는 발걸음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새벽 3시쯤 잠이 든 것이다.
책을 읽으며 까먹은 귤껍질이 책상에서 말라가며 잔향을 내고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까먹은 것인지. 손톱에 노란 물이 들었고. 읽고 있던 페이지에 노란 지문이 스며있었다.
안온함이 퍼지는 이상한 약을 먹은 것처럼. 하루 종일 뒹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긴장이 풀린다.
소파에서 담요를 끌어와 마구 솟구치는 즐거움에 드러누워 잠시 즐거워하다 멈췄다.
잠시 고요 속에 맥박에만 집중을 하고 눈을 감았다. 이 편안함. 잠시 모든 것이 생각조차 나지 않고 가시가 돋지 않는 순간을 경험하는 순간의 행복. 그것은 1분을 넘기지 못한다. 쉬는 날도 제법 할게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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