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향연을 바라보다가 . 그 별의 시간.
눈의 향연 - 구시안
하늘은 오늘
아무것도 절약하지 않는다
흰 것을 흰 것 위에 얹으며
비워야 할 자리를 더 많이 만든다
눈은 떨어지지 않는다
펼쳐진다
공기는 무대가 되고
침묵은 조명이 된다
발자국들조차
서둘러 지워지는 이 축제에서
남는 것은 속도보다 느린 것들
숨
체온
잠시 머묾
도시는 소리를 벗고
사물들은 이름을 낮춘다
지붕 위에도
어제의 걱정 위에도
동일한 흰색이 도착한다
눈의 향연에는
박수가 없다
환호도 없다
다만 모두가
조금씩 조용해진다
이 조용함이
가장 큰 절정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세상은 스스로를 덮는다
그리고 우리는
덮인 것들 위에서
잠시
같은 방향을 본다
마지막으로 조용히 남긴다
눈이 내린다.
사물의 윤곽이 유예되는 밤. 나무는 나무이기를 미루고, 길은 길이라는 설명을 포기한다. 이름들이 천천히 가려진다. 가려짐은 삭제가 아니라 보류다. 보류된 것들은 더 오래 남으니까.
눈이 내린다.
속도는 낮아지고, 문장은 짧아진다. 발자국은 하나의 문법이 된다. 걷는 행위가 의미를 대신한다. 누구의 것인지 묻지 않는 흔적들. 순서 없는 도착들. 서로를 덮지 않으면서, 같은 자리에 머무는 하강.
눈이 내린다.
빛은 소리를 잃고, 소리는 깊이를 얻는다. 멀리서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것이 멀어지는 느낌. 중심은 생기지 않는다. 다만 고르게 흩어진 여백이 중심처럼 작용한다. 마치 피아노의 도의 소리를 내는 것처럼 퍼지는 밤의 무게가 눈을 더해 내려온다.
눈이 내린다.
끝이 아니라 중간으로. 결론이 아니라 지속으로. 멈춤이 아니라 유지로. 세계는 잠시 자신을 읽지 않는다. 읽히지 않는 동안, 가장 정확해진다.
눈이 내린다.
그리고 이 문장은 그 위에 놓인다. 사라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 남기 위해서.
어딜 가나 지루할 뿐.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라는 것은 그런 것인가.
신들이 부린 잔꾀가 사람에게 통하지 않아서 머리를 긁다가 내리는 비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니 역겨웠다.
장소는 바뀌는데 기분은 이동하지 않는다. 풍경은 새로운데 눈은 이미 본 것처럼 움직인다.
낭만이라도 느껴야 하는데 내일 아침 출근 길이 걱정된다.
카페에서도
거리에서도
사람들 속에서도
지루함은 나를 먼저 알아본다.
의자에 앉기도 전에 이미 함께 앉아 있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별의 시간"을 읽다가.
그녀의 글귀에 꽂혔다. 꽃힌 글은 다음과 같다.
전부 내 탓이다 혹은
별의 시간 혹은
그녀가 해결하게 하라 혹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