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녀

그녀의 존재는 무엇일까

by 구시안

그녀는 낮의 한복판에서 밤의 언어를 말한다. 혀에는 녹슨 별들이 달라붙어 문장마다 불꽃이 튄다.

그 문장들이 소리가 되어 용산역의 개미떼처럼 모여든 사람들을 헤집고 다니며 그녀만의 개미굴을 만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녀를 피하며 만들어 주는 길.


사람들은 눈을 찌푸리고 이성을 주워 담는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이미 태양을 삼킨 뒤다.

광녀는 이름을 찢어 거리 위에 뿌리고 있었다. 도덕은 종잇장처럼 젖어 그녀의 발밑에서 미끄러진다.


그녀의 웃음은 종소리이자 비명 같은 것이어서
귀를 막은 도시의 벽에 푸른 금이 가고 있었다.


한때 그녀는
규칙의 빵을 먹고
시계의 물을 마셨을 것이다.

그러나 배고픔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금지된 색으로 생각했고

허락되지 않은 속도로 말했고
마침내
침묵의 국경을 넘어 버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말한다. 미친년이라고.

천박하고. 격 떨어지게.

한 생명의 존중을 모르고.

나불거리는 사람의 입이란.


나는 우아하게 그녀를 '광녀'라고 부르기로 했다.


狂 : 제어되지 않음

女 : 여자


제어되지 않는 것이 있어 보여 '광녀'라고 부르기가 미친년보다는 더 괜찮으니까.

어쩌면 그녀는 지구에 잘못 떨어진 존재일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그곳에서 추방되어 인간세계로 떨어지게 된

신일지도 모르니까.




미쳤다고?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을테지.

미친 것이 그녀가 아니라, 그녀는 너무 오래 잠든 세계일 수 있다.

아니면. 너무나 많은 지식을 갖게 되어 제어가 안되는 상태일 수도 있다.

지식이라는 카테고리에 빠져

그 곳에서 오랜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세계가 바뀌어 있어서.

그것을 적응할 수 없는 혼자만 아는 황당함에.

그렇게 누군가에게

어떻게 된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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