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블루스

섞이지 않는 도시와 사람 그리고 섞이지 않는 문장.

by 구시안


마음을 녹이는 색채의 블루스.

어제밤의 꿈은 오렌지 빛으로 어두워지네.

오늘의 꿈은 침묵의 낌새를 보이네.

알콜의 강을 느긋하게 건너

기나긴 리듬 마음으로 취할까.

서로 부대끼는 갈라진 목소리의 홍수.

모노크롬속에 틀어 박힌 모습을.

내뱉은 말에 뜨거운 멜로디.

달콤하게 속삭이는 숨결이 잠들 때까지.

격렬하게 스며드는 빛의 소용돌이.

등불의 빛깔이 연주하는 블루스.

부르럽게 내뱉는 한숨에 응석을 부리고.

뱉어내는 말들 속 뜨거운 멜로디.

애절하게 되살아나는 데자뷔의 향기.

마음을 녹이는 색채의 블루스.

납처럼 무거운 손끝에서 흘러 나오는 멜로디.


色彩のブルース.

색채의 블루스.




이 노래의 가사들처럼. 마음은 블루스를 계속 즐길 모양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노래를 부르던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싶어 그녀의 언어를 배웠다. 누군가의 해석은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녀의 언어를 음미하고 싶어서. 그녀의 주술에 걸려 배운 언어를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나의 다른 언어로 무엇이든 담아 놓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런 그녀에게 침을 뱉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움직일 수 없이
그대로 창가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저주에 가까웠으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신화속 그 어느 여신보다 강력한 것이었으니까.


어쩌면 그 저주에 맞춰,

그녀가 내뱉는 언어가 음미하는 모든 것 위에서
밤새 춤을 추고 싶었던 모양이지.


자칭 무겁다고 자부하던
마음이라는 녀석은
곧 알아차리게 되겠지.

자신의 가벼움이
차가운 겨울 바람에 휘날리며
나풀거리는 창가에 붙어 있는

커튼의 춤사위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마음껏 추라지.

얼마든지
추라지.

그 잘난 척의 비련한 몸놀림을

얼마든지.

얼마든지 추라지.





어느 bar.

구석 작은 공간에서 흐르는 음악에
누구의 시선에도 더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되고.

그렇게
춤을 추고 싶었던 모양이다.


미친놈처럼.
추해 보이고 싶지는 않은
미친놈처럼.

어느 영화 속 배우처럼.

묵직한 피아노 선율이
무엇이든 써대라고,
무엇이든 해보라고 부추긴다.


열 손가락마저
춤을 출 태세지.

아직 움직이지 않았는데
리듬은 이미
혈관을 타고 오르고 있었을 것이다.

뼈는 기억보다 먼저 반응하고
관절은 생각을 기다리지 않으니까.


몸은 늘
말보다 정직하니까.

춤은 시작이 아니라
억제의 실패다.

숨기려던 것들이
근육의 미세한 떨림으로
먼저 새어 나오는 순간.


손가락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지금 움직이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더 고요한 것이겠지.

이 어둠이,

이 깊은 밤이.

고요 속에서 이미 춤추고 있으니까.


이건 무대가 아니다.
환호도 없다.

다만
몸이 스스로에게
허락을 구하는
아주 짧은 정적.


손가락마저
춤을 출 태세다.

이제
멈추는 쪽이
거짓말이 될 것이다.


그래서
두 손을 묶어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이제는
자유롭게 풀어주기로 한다.

모든 것에서.


어차피 언젠가는
그 끈을 끊고
춤을 추고 있을 테니까.

너에게
해방을 선언한다.


이제
마음껏 자유를 즐기라고.
마음껏
뱉으라고.

마음껏

써대라고.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내버려 둔다.

뭐든 하라고.

원하는 만큼 즐기라고.


질릴 때까지.

쓰러질 때까지

그것을 맘껏 즐기라고.


그 입에는 담배를 물라고.

말하는 것보다 낫다고.

그 더러운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를 멈추지 말라고.


너의 그 지독한 언어를 세상에 풍기라고.

혹시 모를 그 누군가는

너의 언어를 이해하고

기억하게 될거라고.

그것이 한낫 스쳐가는 바람일지라도 상관없다고.




하루라는 일상의 시간이 기울고.

내일을 향해 달리는 기차에 올라.

밤으로 물들어 가는 회색의 도시를 지나.

하얀 입김들이 만든 안개를 지나.

나에게로 돌아온 공간.


방안에 퍼지기 시작한 이 노래가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었다.

반복되는 주술처럼.

아침의 모습 그대로, 하지만 얼굴의 색은 달라진 상태로.

이 노래가 계속 반복되며 창가에 기대어.

입가에서 타들어가는 것이 하얀 입김을

계속해서 내보내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밤 하늘의 날카롭게 떠 있는 코발트블루의 달까지.


그것은.

오늘 밤은.

파랑이다.

파랑 눈을 가진 사후의세계를 보는 고양이의 눈을 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색채의 블루스. 파랑은 울음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색의 심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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