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나무가 자라기 전의 도시 선언
도시는 밤마다 목화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솜털은 한 번도 부드러웠던 적이 없다.
기계의 읭읭거림이 지하의 뿌리처럼 서로 얽혀 있고
사이렌의 경고는 꽃가루처럼 흩날리며
누군가의 하루를,
누군가의 마지막을 덮는다.
낮에는 굴착기의 이빨이 하늘을 긁는다.
철의 치아가 구름을 씹고
먼지는 햇빛을 갈아 마신다.
밤이 오면 앰뷸런스의 푸른 불빛이
길 위를 미끄러지듯 가르며
누군가의 사체를 호위하는 무리처럼
조용하고도 단호하게 길을 연다.
도시로부터 흘러나오는 소리들.
낮의 소리는 금속성이고
밤의 소리는 액체 같다.
낮은 부딪히고, 밤은 스민다.
그러나 둘 다 결국은
사람의 살을 통과한다.
글을 쓴다고 해서
내가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너무 단단하고
지나치게 견고한 말들은
오히려 재미가 없다.
차라리 상스럽거나
도가 넘어야
사람들은 고개를 든다.
이 시대에
자극이 윤리가 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욕쟁이 할머니가 될 수는 없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말을 쏟아낸다고 해서
존재가 굳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잠깐 묻어나기 위한 방식일 뿐.
기억은 늘 불완전하고
나는 그 불완전함을 먹고 산다.
걸음걸이는 여전하다.
사람들은 어깨를 약간 말고
화면을 내려다본 채
자신의 그림자를 밟으며 걷는다.
자라나는 모든 것들의 뿌리는
아스팔트로 되어 있고
비는 내려도 스며들지 못한다.
스며들지 못한 빗물은
고여 있다가
누군가의 구두에 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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