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의 무기력

예술을 꿈꾸지 않기로 한 오후의 기록

by 구시안

완벽하게 맑은 날씨였다.

태양빛이 가득한 공기는 이상하리만치 무겁게 정지해 있었다.

폭풍 전의 긴장감도 아니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불쾌함도 아니며,
그렇다고 파란 하늘의 선명한 상쾌함도 아니었다.


그저 무기력.

졸린 눈.


깃털처럼 가볍게 머리를 스치는 공기.
나도 모르게 머리를 한 번 쓰다듬는다.

정상적인 하루의 업무.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비정상적인 업무.
그 끝을 기다리는 일이 하루의 전부인 듯하다.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와이셔츠를 입은 짐승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따뜻한 국물에 소주를 말아 마시는 상상을 한다.

아직은 싸늘한 바람이 감도는 날씨 속에서
문득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잊어버린다.


잠시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지만,
위대한 작품이나 완벽하고 유일한 작품을 창조하는 일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시계만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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