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현명한 사람이라면

아무도 아닌 자의 사유

by 구시안

진정 현명하다면, 먼저 모른다는 사실 앞에서 머뭇거릴 줄 알아야 한다.
확신은 늘 빠르게 달려가지만, 이해는 천천히 걸어오기 때문이다. 서둘러 단정하는 대신, 질문을 오래 품는 태도. 그것이 현명함의 첫 숨결일 것이다.


현명함은 소란스럽지 않다. 그것은 높은 탑 위에서 깃발처럼 펄럭이지 않는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린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스리기 위한 통찰로 존재한다. 말이 많을수록 비어 있고, 침묵이 깊을수록 차오르는 역설 속에서 자란다.


모든 판단에는 그림자가 있다. 옳다고 믿는 순간, 틀릴 가능성 또한 함께 태어난다. 그래서 현명함에는 늘 유보가 따른다. 단정 대신 숙고가, 비난 대신 이해가, 속단 대신 기다림이 놓인다. 기다림은 나약함이 아니라 힘이다. 서두르지 않을 수 있는 사람만이 자기 욕망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명함은 자신을 미화하지 않는다. 마음속 어두운 충동을 외면하지 않고, 질투와 두려움, 인정받고 싶은 갈망을 차갑게 바라본다. 타인을 향한 비판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분노 속에서 상처를 발견한다.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고, 감정의 뿌리를 찾으려 한다. 뿌리를 알면 흔들림도 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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