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위의 깃발

문명과 낭만주의 사이에서 걷는 인간

by 구시안

도시의 문명 안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지 잘 모르겠다.

이런 현상은 내게만 일어나는 것인지.


삼삼오오 줄지어 앉는 똑같은 자리들.
나는 그 자리들의 변화를 가만히 지켜본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는 다시 사람들이 들어와 앉는다.


가장 보기 좋게, 가장 단정하게.

채워지고 비워지는 일이 반복된다.
그 단순한 순환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무아지경에 빠진다.


나는 음식을 내어주지만
그 음식의 향기는 내게 닿지 않는다.


이 공간을 채우는 것은
오로지 사람들의 냄새와
사람들의 소리뿐이다.

그 속에서 바쁜 며칠이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하얀 식탁보가 점점 더러워지고
마침내 얼룩으로 가득해질 때까지.

그리고 누군가 그것을 거두어 가고

다시 새로운 하얀 식탁보가
조용히 테이블 위에 펼쳐진다.


나는 그저
그 반복되는 장면을
멀리서 바라보듯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문명이라는 식탁보가 페인트칠한 소나무 탁자를 잊게 만드는 그곳과 달리 자연 속에는 평화와 여유가 있을 거라 느껴졌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인공적인 것이 자연스럽고,
자연은 이미 낯설어 진 듯하다.

현대 과학의 흥미로운 부산물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런 물건들에 흥미도 없거니와 갖고 싶지도 않다.

하늘이 좋아 답답한 마음에 잠시 도심을 벗어나 자연이라는 곳에 자리 잡아 둘러봐도,
잠시 다른 하늘이라 좋아했을 뿐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구시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자각(自覺). 나의 비릿한 언어가 향기로워질 때까지 낮과 밤을 걷기로 하다. 브런치 +154

89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64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9화입장권 없는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