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logue

독백

by 구시안

난해한 꿈결속에 모든 것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나는 나의 목소리를 오래된 우물 속에 던져 넣는다.


물은 대답하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낡은 별 하나가
조용히 금이 가는 소리를 낸다.


오늘 밤의 공기는 낯선 도시의 향기다.
벽돌과 비, 그리고 이름 모를 꽃가루.
나는 창문을 열어두고
나의 그림자를 천천히 거리로 풀어 놓는다.

그 그림자는 나보다 먼저 걸어간다.
가로등 아래에서 잠깐 멈추어
한때 내가 믿었던 신들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미래를 생각한다.


나는 내 안의 오래된 항구를 기억한다.
거기에는 떠나지 못한 배들이 있었고
녹슨 닻이
바다보다 더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은 강처럼 흐른다고.
하지만 내가 본 시간은
어두운 유리잔 속에서 천천히 증발하는
투명한 독이었다.


나는 그 독을 조금씩 마셨다.
그래서 내 목소리는
밤마다 낯선 언어로 깨어난다.

마치 오래전에 죽은 도시가
내 입속에서 다시 불을 밝히는 것처럼.


거리는 아직 젖어 있다.
어떤 새벽은 너무 일찍 태어나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나는 그런 새벽의 주머니를 뒤져
몇 개의 차가운 별 조각을 꺼낸다.

그리고 그것들을 내 심장 속에 숨긴다.


심장은 작은 감옥이 아니라
어쩌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하나의 대륙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말한다.
“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은
낡은 계단을 내려가는 발자국처럼
점점 멀어지고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이것이 나의 독백이다.
아무도 듣지 않는 연설,
그러나 밤의 모든 창문들이
잠깐씩 숨을 멈추는 이야기.

그리고 만약 누군가
이 어둠의 문장을 따라 걸어온다면
그는 아마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끝없이 길을 잃는 여행자라는 것을.




나는 나 자신에게 말을 건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언제나 반 박자 늦게 돌아온다.
마치 오래전에 떠난 기차가
지금도 어딘가의 터널 속에서
철로를 더듬고 있는 것처럼.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구시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자각(自覺). 나의 비릿한 언어가 향기로워질 때까지 낮과 밤을 걷기로 하다. 브런치 +154

89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64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1화*Nostalg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