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모든 것들

사라지는 것들의 밤

by 구시안

내 과거 안에서 신음하는 태양은

이미 식어버린지 오래다.


창문에 부딪힌 햇빛도

잠깐 금빛으로 떨다가
어느새 새벽의 그림자가 되어
이름 없이 식어 버린다.


모든 것은 스쳐 간다
발자국도, 목소리도,
어제의 꿈도.


강물 위에 던져진 하늘처럼
세상은 잠깐 반짝이고
곧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하늘에 걸린 검은 전선줄은 악보가 되고

바람이 연주를 하면

감정을 뒤흔드는 선율이 되어 다가온다.


천둥은 이미 검은손 뒤에 숨었다.

거대한 문에 매달려

미치광이들의 불은 더는 흘리지 않는

그 천둥의 불은 이미 초라하다.


지나가는 모든 것들은 그런 것이었다.

크기가 다른 폭우가 도시의 무덤 속으로 흘러내리고

연기로 장식돼 있는 모든 것은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었다.


순간의 재로 씌워져

마비시키는 바람이 얼굴에 부딪혀 짓누르는 순간들을

경험하고 나서야 그렇게 지나가는 모든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에게 빛은 가장 아름다운 집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이었다.

빛은 나무와 바다와 돌을 태우고 균열을 냈다.

사랑도 찢긴 속옷처럼 부끄럼 하나 없이

그렇게 나풀거리며 바람에 휘날릴 뿐이었다.


그 지나가는 모든 것들에 스며든

비는 빛과 꽃들을 뒤엎었다.

그 지독한 향기가 그대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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