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언어들 위에 쓰인 이름

연기(煙氣)

by 구시안

밤의 굴뚝에서
잿빛 새 한 마리가 태어나
하늘을 천천히 더럽힌다.


연기(煙氣)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거리의 얼굴들을 어루만지며 올라간다.


나는 그 흐릿한 계단을 따라
어디에도 없는 다락방을 향해 걷는다.


연기 속에서는
시간도 목소리를 잃는다.


가로등 하나가
젖은 금빛 눈을 깜빡이고
잠들지 못한 창문들이
입술을 다문 채 빛을 삼킨다.


연기는
사라지는 법을 아는 유일한 언어처럼
하늘 위에서 스스로를 지워 나간다.

그리고 나는
손바닥 위에 남은 재를 바라보며
누군가의 이름이
방금 막 하늘로 올라갔다는 것을 안다.


가벼운 단어들이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꿈꾸는 커다란 불의 노래는

이미 눈꺼풀 아래에서 익어가고 있다.


밤이면

바늘로 새겨진 우아한 벽을 수놓은

언어들이 천장의 이마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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