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빛줄기

빈조(貧粗)를 지나 향기로 남는 것들

by 구시안

잊음과 경탄이 어둠 속에서 서로 뒤바뀌는 곳.

모든 것이 한 시간 동안만 유효하다가

나에게 삼켜지듯

스스로에게 조롱을 당하기도 하는 곳.

반짝거리는 궤짝 속 창문의 탐욕스러운

풍경 속으로 내던져진 채 사람들의 거리에

금이 더 이상 가지 않는 시간에 앉아

낮과는 다르게 천천히 돌아가는 바퀴를

느껴보는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 꿈의 축배를 들 수는 없지만,

진한 독한 술 한잔 정도로

목을 축여도 괜찮은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시간.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서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선선한 바람에 기대어 느껴보는 것이다.


더욱 풍요롭게 샘솟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고

미래의 불쾌한

빈조(貧粗) 속에서 하는

놀이쯤으로 생각해 보지만,

그 빈조가 아닌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이것은 꽤나 무게가 나가는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하며

그저 시간 속에 은은한 향기를 지니게 되길

이왕이면 아름답게 갈변(褐變)이 되길

바랄 뿐이다.


밤의 꽃이 핀다.

여전히

궁핍하게 타오르는 희망의 신호.

도시에서 보기 힘든

몇 개의 별이 떠있는 것을 확인하는

저 별처럼 밝은 열정이

위로를 부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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