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라보는 나에 대하여
익숙하지만 내 마음속에 각인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아무것도 느낄 필요 없이 자유롭다.
일과를 행하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드리워진 수수께끼를 명상하고, 미세한 행동 하나하나마다 염탐하려는 수천 가지 불편한 쾌감을 감지한다. 하루는 잿빛이 아니라 창백한 푸른빛으로 저물어간다. 거리에 뿌리를 내린 가로등들이 푸른빛에 반사된다. 그 진열장에 불이 켜지는 것이다. 밤이라는 진열장을 수놓은 빛들은 밤에도 즐비하게 줄을 선다.
역시나 잠들지 못하는 권태가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사물들의 기분 나쁜 침묵 속에 도사리고 있던 예고 없는 폭풍우를 기다리진 않는다. 여전히 춥고 소박한 땅 위로 부드럽게 소리를 내는 비는 내려주지 않지만. 밤의 푸른빛이 그렇게 내려앉아 있다.
낮에는 보이지 않는 텅 빈 광대함과 하늘과 땅 위로 스며드는 거대한 망각을 냉소적인 구경꾼이 되어 나는 여전히 타인보다 나의 삶을 관찰하는 일에 흥미를 잃은 적이 없다. 기대가 결국 실망으로 바뀔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특별한 즐거움을 느끼지 않기로 다짐하고 나서부터 단것이 더욱 달콤해지는 것에 매료되지 않게 되었다.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골라서만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갈망하는 운명의 사슬이 녹슬어가는 시간 속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줄거리 없는 공연 같은 일상을 보내는 일과 인생이라는 단순히 나를 포함한 한 장의 그림으로 사계절에 나무의 변화와 햇빛에 바뀌는 사물들, 그리고 어둠 속에 도시 이곳저곳의 오래된 거리를 바라보는 일이다.
차분한 불만족에 빠진 감정은 얼마나 고요한지를 알게 된다.
밤이면 검고 선명하게 비치는 나 자신을 관찰하는, 그것을 보여주는 거울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보여주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길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심연이다. 끔찍한 피로감이 내 마음속 영혼을 채우는 밤이 있다. 해 질 녘마다 부서지는 것은 세상뿐만이 아닌 마음에도 존재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가장 깊은 상처를 주는 감정들은 실상 터무니없는 것들이다. 늘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품게 되는 것들만 뭉쳐있다. 그것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싶진 않지만, 이상하게도 다시 반복되며 경험하게 되는 데쟈뷰같은 현상을 겪게 되는 사람들의 감정은 이미 메말라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의 흐름이 몹시도 고통스러운 나이가 있는 것일까.
뭔가를 두고 떠나야 할 때마다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처럼 과장된 감상에 빠지는 것이 서글픈 대합실에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행선지를 고민하고 있는 방랑자처럼 느껴지고 있다. 가끔 머릿속에서 흘러나오는 단어의 ㅣ세부묘사가 너무 늘어져 땅으로 미끄러지는 줄거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마치 딴생각을 하며 읽는 어느 책 한 권의 내용이 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불규칙한 습관이 자리 잡은 밤이 만들어 놓은 것은 의외로 만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조난자들의 섬을 거대한 바다처럼 휘감고 있는 밤의 바다에서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인간의 운명이 인어공주 같은 거품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이 그리움으로 만들어진 육체 그리고 일상 속에 주기적으로 주어지는 휴식이 무색하게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다 품 안으로 끌어 모은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하얀 가슴이 고요하게 들먹거리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잠 없는 잠에 들 수 있는 시간이
밤이 되었다는 사실이
유배자의 느긋함처럼 자리하게 되었다면,
모호하고도 어리석은 불안을 어루만지는
이 느낌이라면,
나는 나 자신에게 추방당한 자라고
스스로에게 이름을 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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