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출구
더듬거리는 내 눈 뒤에 앉아 있는
심장의 점만큼이나 커진
열쇠처럼
거절된 것 깊숙이
돌려 열리는
언어의 결을
운명의 결을
시간의 출구에
밝게 신음하는 소리도 없이
피부 같은 기름천막 안을 보며
사방으로 밀쳐진 것들을
바라본다.
입들을 구걸하는
지구라는 행성의 중심부 어딘가
언제나
빛과
진흙으로 둘러 쌓여 있는
그 틈 사이로
뒤틀려지고
매듭지어진 것들이
줄을 서 있다.
시간이 만들어 놓은 열두 산맥에 돌처럼 굳은 맹세들이 즐비하고, 시원하게 들이키는 숨 한 번에 산맥 사이를 잇고 있는 밧줄이 흔들린다. 고통의 매듭 사이 창백하게 기어오르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파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손 위로 비친 작은 빛은 가냘프게 깜박거리기 시작하고, 이런 목격을 하는 순간에 아무것도 증언하지 않는 사람처럼 잠시 그렇게 멍하니 앉아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이 시간에 던져진 주사위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외줄타기의 밤.
한 방울,
그렇게
한 두 방울씩 시작된 비로
육체도
정신도
바람에 살랑거리기 시작한다.
하루동안 쓰인 것은
그렇게 타들어가고
움푹 파여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소리 없이
하늘을 향해 쌓여 굴린다.
해석할 수 없는 것들이
별이 되고
그렇게 반짝 거게 되는
힘겹게 기어오른 밤에
숨을 쉬는 두 폐는
여러 방향으로
그 가지들을 뻗어간다.
관자놀이 근처 어디쯤 소름이 펼쳐졌던 책을 덮고 나서야 무언가 진실이 되고 있다. 모든 것이 적어지는 밤. 그러나 존재하는 것보다 더 모든 것은 이미 많아진 상태로 커져 하늘을 물들인 물보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방파제 없는 둔턱에 앉아 비밀들을 향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밧줄을 끊어내고 있다.
단어가 교차되는 곳.
밤이면
도착하게 되는 이곳에서
둥글게 이미 주위로
정신을 쌓아 올려
스스로 만드는 방파제는
이미 포말들의 부딪힘으로 가득하다.
부서져 자갈이 된 말들이
깜박이면서
빛으로 갈라진 땅을 가로질러
기억이 갑자기 타오르는
그 옆에서
하나의 입김이
사람들을 붙잡는다.
금이 간
밤의 그늘을 꿰매어 붙이고
그 그늘 아래서
나를 해방시키는 밤.
낮에 물어뜯긴 상처를
나에게 뱉어진
까슬한
모래의 목소리들을
배에 태워 보내야만 한다.
지나가는 것을 기뻐하며
그 시간에
방랑하는 언어로 기록하며
내가
가장 바깥에 있는 눈길이 되어
심장 그늘의 밧줄을 타고
조심스레 걷기 시작하는
외줄 타기의 밤이
옮겨 묻혀놓은 길을 따라
드리워진다.
섬광들로부터
모든 길이 열려 있다.
상징의 실낱들이
시간 뒤에서
밤의 소리로 삼켜진다.
그 발끝에서
느껴지는 전율이
육체를 감싼
피부라는 옷에 전해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