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흘러내리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나였다

by 구시안

말한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홀로 떠오른 것 같은 문장들.

사는 동안 내가 자발적으로

삶에 추가한 관념들을 깨끗이 씻어낸다.


내 방 창문으로 광대하고 알 수 없는 크기를 가진 밤하늘의 숨어 있는 무수한 별들을 상상한다. 심오한 감정은 없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정신의 소유라는 것이 얼마나 광대한지 그리고 이 지구라는 우물 안에 있는 먼지 정도 일지도 모르는 나를 인식한다. 가끔씩 두 팔을 높이 쳐들고서 아무 의미 없는 거친 말들을 외치고 싶은 날도 있다. 텅 빈 거대한 공간에 대고.


들뜬 마음을 다잡고 침착해 지기로 하면서, 내가 보는 것들의 크기를 생각한다. 밤이 되어 멀리 비치기 시작한 견고한 달빛이 전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평화를 맛본다. 도시 위로 퍼지듯이 내 위에, 그리고 천천히 내 안에 내려앉는다.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나의 것인 양, 희미해져 가는 달빛이 검푸른 지평선을 일그러뜨리는 밤. 가끔은 혼란스러운 감정의 슬픈 무질서 안에서 피로와 거짓된 단념으로 이루어진 모래시계가 떨어진다.


버려진 몸짓으로

버려진 텅 빈 골목을 바라보다가

황량한 길을 분리하는

집들의 울타리 같은 불연속성에 빠져

미로를 찾듯 어느 정도 익숙한 길임에도

갈라진 사이의 길들 사이를 방황하고 있는

길고양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

꿈으로 높이 쌓은 화단에 핀 색을 알 수 없는

나무와 꽃들이 낮과는 다르게

같은 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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