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실의 그림자

검은 실타래를 따라가며 바라보다

by 구시안




검은 실타래는 오래된 시간처럼 굳어있었다.






검은 실타래는 오래된 시간처럼 굳어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과 말들이 한 올, 한 올 엉켜서 손끝으로 잡히지도, 쉽게 풀리지도 않는 매듭이 되었다.



도시의 거리마다, 사무실의 공기 속마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였다. 누가 줄을 잡고 있는지 모른 채,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순서대로 말을 맞췄다. 이끌려가는 곳마다 그것은 반복되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한 사람은 실타래를 붙잡은 채 묻고 있었다. 이 실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검은 실을 풀면 원하던 자유일까, 아니면 또 다른 매듭일까. 사람들은 서로의 눈빛을 읽고, 말의 틈을 해석하려 했고 번역하려 했다. 누군가는 웃으며 뒤를 찔렀고, 누군가는 침묵으로 방어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 틈에서 한 사람은 흘러나갔다.



시나브로에 닮은 공기도 변하듯, 계절은 어느덧 조금은 느린 겨울을 향해가고 있다. 바람은 불지 않았으나 낙엽이 시나브로 날려 발밑에 쌓이고 있었다. 직원들의 커피를 머리수만큼 사들고 매장을 들어섰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며 줄 수 있는 일상의 묘약은 카페인이 가득 들어 있는 커피뿐이었다. 주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익숙한 것이었다. 그 지겨운 어린아이들의 모략 같은 소음.



반복되는 이런 일들이, 어린아이들 같은, 이런 지역적인 요소가 답답했다. 일에 대한 본질적인 것도 아니었고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의 소음이었다. 새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그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억측에 못이 박힌 재단의 늪에 빠져버린 그를 보고 있었다. 텃새는 여전히 그를 향하고 있는 듯했다. 중재를 하기 전, 나는 완전하게 사람들의 화살이 무엇 때문인지를 들어야만 했다. 조용히 카운터에 그들의 머리수만큼의 커피를 놓고 조용히 듣고 있었다.



자신을 규명하기를 단념하는 선택을 한 듯,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바닥에 시선을 놓고 있는 그의 몸은 알 수 없는 진동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을 향한 분노일 수도, 이유를 알기 힘든 억울함일 수도, 그의 선택이 갈리고 있는 순간의 진동으로 떨리고 있었다.



조용히 그들의 안에 들어가 그 사이를 무너트렸다. 흩어져 각자의 일을 시작하고 난 후 따로 그를 불러 옥상으로 올라갔다. 담배한대를 건네주며 그의 떨리는 속마음이 무엇인지를 듣고 싶었다.



" 일하기 어때요? 무슨 일이었요? 사람들이 힘들게 하나요? "

"............. 아무래도 부장님 일을 그만두어야 할거 같습니다."



담배 한 개비가 타들어가 차가운 공기 안으로 흩어지기까지 둘은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그 결정에 토를 달지 않기로 했다. 모든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기에 그것이 확고하다면, 나는 전달자로써 본사에 그의 퇴사결정을 전달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 반복은 이제는 내게 아무렇지도 않은 일처럼 느껴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 속에 스쳐간 사람들이 검은 실타래처럼 바람에 휘감긴 지도 오래되었다.



바쁜 하루가 또 아무 일 없는 듯 흘러갔다.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다. 모든 가시들이 사라지고 그와 내가 남았다. 조용히 사직서에 날인하는 그의 퇴사이유의 한 줄은 " 개인적인 사정 "이었다. 아무런 것도 밝히고 싶지 않다는, 이 복잡함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훌훌 털어버리고 또 새로운 곳을 찾자라는 의지가 담긴, 가장 간단하고 자신의 결정에 뒤돌아 보지 않겠다는, 문제가 되지 않고 가장 조용히 빠르게 처리되는 이유의 한 줄을 그는 썼다. 그것은 가장 현실이고 내가 가장 많이 보았던 퇴사의 이유였다. 자백의 대가를 감래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떠난 자리엔 새로운 실이 감겼다. 그렇게 감긴 실들을 이제는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가 되어 두껍게 감긴 검은 실타래처럼 남아 있다. 이 사회는 마치 한 거대한 바느질이었다. 누군가는 바늘이 되고, 누군가는 실이 된다. 찔리고, 묶이고, 꿰매이며 조용히 형태를 만들어간다. 그러나 그 형태가 아름다운 옷인지, 아니면 상처 난 천을 덮는 꿰맴인지 아무도 모른다. 검은 실타래를 푸는 일은 결국 스스로를 묶었던 매듭을 풀어내는 일일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의 손에 매달린 인형이 아니라 자신의 실을 스스로 잡은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계를 망각한 분요(紛擾)의 소리는 사회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 얇지만 날카로운 실들이 사람하나를 꿰매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 것이 사회라는 구조이다. 알 수 없는 모략과 전략으로 사람하나를 바보로 만드는 일을 하는 스크핑스가 있다. 말도 안되는 수수께끼로 사람을 현혹시켜 죽인다. 어느 구조이든 누군가는 꼭 한 명씩은 무리를 이끌려하는 사람이 있다. 날카로운 바늘을 들고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려 하는 인형사들이 자리한다. 사람은 일상속 안전을 추구하면서도 인형사 앞에서 무장해제 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누구의 잘못을 떠나, 누가 왜 그 실과 바늘을 들고 꿰매려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것을 거부하거나 부당함에 당당하게 소명을 밝히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왔다가 가는 사람들이 검은 실이되었다. 묶였다 풀렸다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검은 실타래를 푸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아무도 그것의 시작을 모른다. 누가 처음 이 실을 감기 시작했는지도, 무엇이 그것을 검게 물들였는지도. 실은 사람의 손끝처럼 가늘고, 시간의 주름처럼 얽혀 있다.



조용한 방 한가운데 놓인 그것은 누군가의 마음속 혼란을 닮아 있었다. 결국 검은 실을 푸는 일은, 바뀌지도 않을 세상이, 바뀌기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지겨운 엉킴과 꼬임이 검은 실타래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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