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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브로 Jan 25. 2021

창문을 떼어내고 싶은 날씨입니다.

창문 밖으로 나가야겠군요.



날이 참 좋습니다. 오래간만이군요. 하와이가 생각납니다. 겨울인데 말이죠. 그만큼 따뜻한 날입니다. 야외활동하기 딱 좋은 날씨. 아마 누구든 집에 함께 있었다면 끌고 나갔을 것 같아요. 그만큼 좋은 날씨네요. 기분도 좋아지네요.


이런 날이면 창문을 떼어내고 싶어 집니다. 찬 바람은 여전하지만, 햇살은 기분이 좋네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가 보입니다. 야무진 페달질, 꽉 쥔 두 손, 앞만 바라보는 두 눈. 속력이 제법 빠릅니다. 아이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쭉쭉 앞으로 잘 나갑니다. 그 뒤를 쫓아가는 아버지의 모습도 보입니다. 아이가 믿는 구석이 있었나 봅니다. 행복한 가족의 전형. 공익 광고에서 튀어나온 가족의 모습입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뭘 하면 좋을까요? 우선 그동안 미뤄왔던 책을 펼쳤습니다. 10분은 읽었을까요? 쉬이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좋은 날씨의 기운이 창문을 넘어 집 안을 가득 채웁니다. 안 되겠습니다. 책을 들고나가야겠습니다. 집 앞 공원의 벤치는 추워서 안 되겠으니, 카페라도 가야겠습니다.


마치 군대의 주말 같아요. 날 좋은 주말, 모포를 털러 나가야 하는 기분입니다. 위에서 시켜서 하는 게 아닌, 정말 날이 좋아 털고 싶은 햇살 좋은 그런 날. 한 주간 일하며 몸에 묵힌 먼지들을 털러 나가야겠습니다. 스트레스 먼지, 기분 나쁜 먼지, 힘들었던 먼지들을 모두 탈탈 털어낼 절호의 기회입니다. 햇살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네요.


생각해보면, 봄의 꽃들이 이런 기분 아닐까요? 그렇다고 제가 꽃 같은 사람이라는 건 아닙니다. 꽃 봉오리들도 햇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입니다. 꽃 봉오리를 때리는 빛 입자들이 마치 노크하듯 꽃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친절한 광자의 안부에 못 이겨 나온 꽃들은 만개합니다. 봉오리를 터트린다고 하잖아요. 기분 좋은 꽃이 웃음을 터트리든, 태양이 던진 빛 입자를 맞고 꽃 봉오리가 터진 것이든. 일단 세상 밖으로 나오면 웃음이 만개합니다.


아 이렇게 적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저도 짐 싸서 나갑니다.

기분 좋은 2021년 1월 23일. 소중한 주말.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합니다.

이만 창문 넘어에서 시간을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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