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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브로 Aug 15. 2024

최신이 꼭 최선이라는 법은 없습니다

24.08.14.

@Sibro, 2024, Split


남자의 3대 취미.

카메라, 자동차, 오디오 앞에선 남자들은 한없이 약해집니다.

이 취미 삼대장은 고약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업데이트가 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기술, 못 보던 제품이 나오면 슬그머니 통장 잔고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다시 가격을 보고 생각하죠.

'이 기술에 이 가격은 못 참지~'


흔히 기변병이라고 하죠.

남자들은 기변병에 어떠한 항체도, 백신도 없습니다.

그래도 좌절은 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그래요, 최대한 양보해서 죽기 전까지 제 것이 되리라는 확신이 있으니까요.

오죽하면, '허락보다 용서받기가 더 쉽다'는 21세기 격언이 생길 정도이니 말입니다.


오디오와 자동차는 아직 제 취미라고 하긴 어렵습니다만

카메라는 분명하게 취미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정확하게는 사진이겠죠.

카메라야 뭐 어떤 것을 들더라도 제가 찍은 사진은 나름 잘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장인은 도구의 도움을 받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가령 멀리 있는 피사체를 선명하게 잘 찍은 사진을 본다던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의 장비는 항상 좋은 것이라던지,

라이카 같은 카메라의 감성은 또 달라보인다던지 등등

그럴 때면 슬그머니 저도 기변병의 전조현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카메라야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 봐'


정말 신기한 건,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아직 세상엔 이런 사람들이 있죠.

필름카메라에 필름 한 장 한 장 정성 들여 찍기도 하고,

올드카를 웃돈을 주고 사는 사기도 하고,

거대한 구형 스피커를 해외에서 수입해오기도 합니다.


분명 더 진보된 기술이 있을 텐데 굳이 옛 것을 찾는 사람들.

그 가치를 알아보는 심미안을 가졌기 때문이겠죠.

특히나 사진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풀프레임 바디에 거대한 렌즈로 더 선명하게, 더 크게를 외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구형 필름 카메라, 그나마 백번 양보해 신형 필름 카메라를 찾는 사람들도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상은 언제나 최신의, 빠른, 진보된을 외치지만

모두가 굳이 그것을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모두가 가진 취향과 개성이 다른 만큼

언제나 최신의 것이 최선의 결과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혹시나

본인이 올드한 취향을 가졌다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OLD IS GOOD'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린 우리의 취향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그것으로도 족한 존재이니까요.


끝으로 오래됐지만, 좋은 재즈 한 곡 선물드리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Bill Evans - Waltz For Debby

https://www.youtube.com/watch?v=dH3GSrCmz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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