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지와 장르의 연쇄실종

'목격자'의 아쉬움에 대하여

by 간밤
출처. 네이버 영화


지난 광복절에 개봉한 '목격자'는 '신과함께'와 '공작'의 묵직한 틈바구니 속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고 현재는 손익분기점까지 넘긴 상태다. 영화에 대한 평가도 썩 나쁘지 않고 대다수의 호평들은 영화가 담고있는 메세지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갸우뚱하다. '목격자'의 메세지는 인상 깊은 것인가? 내가 보기에 '목격자'는 메세지도, 장르적 쾌감도 모두 잃어버린 이상한 영화였다.


먼저 영화의 메세지. 방관자 심리와 극단적 이기주의의 풍경을 그려내기 위해 영화는 곳곳에 메세지가 듬뿍담긴 장면들을 배치한다. 그중 가장 강력한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는 장면은 김성균과 아파트 주민들 간의 갈등 장면이다. 이 장면은 노골적으로 이기주의에 대해 영상화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메세지에 푹 담궈져버린다. 게다가 이성민의 아내로 출연한 진경이 가세하면 그 불편감에서 해방시켜주니 말그대로 사이다를 한잔 들이켠듯 하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 방식이 인상 깊고 높이 추켜세울만한 것인가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메세지를 풀어내는 구조가 너무나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 단순함의 문제점은 휘발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은 윤리적, 심리적 대리만족을 느끼고 얼마 안 가 정작 그 불편함, 핵심이 될 불편함은 곧장 아무렇지 않게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그러니 착각하면 안된다. 이 영화 속에 담겨있는 메세지는 일견 그럴싸해보이지만, 그 의도도 나쁘지 않아보이지만 구현 방식에는 큰 문제점이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다음으로 영화의 장르적 특징과 쾌감. 앞선 메세지의 구현 방식보다 사실 더 큰 문제가 여기 있다. 스릴러 장르의 특징은 긴장감의 효과적인 배치, 현실감을 놓치지 않는 플롯, 그리고 선역이 악역을 처단하는 대단원에서 비롯되는 쾌감까지.(물론 권선징악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좀 더 철학적인 주제를 밀어붙이는 스릴러 영화들도 많다. 하지만 대중들은 악역의 승리를 원치 않는다.) 모두 갖춰야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목격자'는 결코 웰메이드 스릴러가 될 수 없는 영화다. 영화 속에 긴장할만한 구석이 있나 싶을 정도로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지 못한 데에는 촬영과 편집의 문제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촬영이 가장 아쉬웠는데, 타이트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려고는 하는데 어딘가 엉금엉금 나아가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촬영과 더불어 편집의 문제가 드러나는 장면들은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장면들, 이를테면 주인공의 정면 숏에서 낯선 발자국 소리를 삽입하고 리버스 숏으로 무언가가 주인공에게 다가올 때 관객들은 무엇이 나타날지 몰라 긴장하게 된다. 보통 스릴러 영화들은 바로 다음 장면에서 꿈에서 깨어난다던지, 사실은 동료가 주인공에게 다가온거였다든지 서스펜스의 리듬을 자유자재로 밀고 당기는 식의 스킬을 사용한다. '목격자'도 그 리듬을 통해 관객과의 밀당을 하려고 하는데 문제는 그것이 너무 과하고 속이 빤히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 속 서스펜스의 리듬이 너무 심심한 것이 되버린다.

현실감을 놓치지 않는 플롯? '목격자'는 현실감이라곤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판타지 스릴러 영화다. 한국형 스릴러가 곧잘 꺼내드는 카드 중 하나는 무능력한 공권력이다. 범인이 날아다닐 수 있게 하는건 결국 무능한 경찰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너무 무능해서 헛웃음이 다 나올 정도다. 범인은 장갑도 끼지 않은채 범행을 저지르고 경찰들은 무능과 관성에 젖어 범인이 파놓은 덫에 순순히 걸려들고 원래 범죄현장에 주인공보다 늦게 오는 경찰들이라지만 여기서는 거의 자전거를 타고 오는건가 싶을 정도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곽시양과 이성민, 그리고 김상호가 아파트 입구에서 한 프레임에 담기는 씬은 또 어떤가. 여기서 현실감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버려지고 범인은 아파트를 제집 드나들듯이 돌아다니며 그 전지전능함을 과시한다. 그러니 영화 속 장면들이 아무리 잔인하고 무섭다한들 피부로 와닿지 못하는 것이다.

대단원의 쾌감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앞선 문제점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으니 대단원에서는 어떻게든 무마하려고 무리수가 대거 등장한다. 그 사이 스릴러라는 장르와 영화가 설파하던 메세지는 그 색깔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만다. 메세지와 장르의 연쇄실종인 것이다.




'목격자'의 소재와 메세지는 충분히 좋은 스릴러가 될만한 자격을 갖췄다. 그래서 결과물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나 상업영화의 흥행공식에 대해서 의문을 품었던 나에게 현시점에서 가장 불안한 것은 '목격자'를 웰메이드 스릴러라고 추켜세우며 앞으로 나올 한국 스릴러영화들이 '목격자'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 같다는 것이다. 흥행이 잘 된 영화들을 본보기 삼아 공장 찍어내듯이 나올 앞으로의 한국 스릴러 영화들이 '목격자'를 그냥 목격하고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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