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ch Sep 20. 2019

Person of the Year: 유지원

아트인컬처 2018년 12월호 'Special Feature' #6

미술비평, 기획, 협업, 통번역가. 1991년 출생해 학부와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했다. 아르코미술관과 시립미술관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했으며, 이를 계기로 동시대 서울-미술의 여러 주체들과 협업하며 전시 및 관련 출판물 제작에 협력해 왔다.


‘만렙’ 만능 일꾼, 통번역에서 학술까지

유지원은 비평, 기획, 전시 및 관련 출판물 협력, 통역까지 넘나드는 미술계 만능 일꾼이다. 그는 올해도 동분서주했다. 2014년 아르코미술관 코디네이터로 미술계 실무에 발을 들인 것을 계기로 작가 및 기획자와 협업을 시작했으며, 2016년을 전후로 미술비평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원래 글쓰기를 좋아해 개인적으로 쓴 전시 리뷰가 해당 전시공간 웹사이트에 공개된 후 《미술세계》 필진, 《포럼 A》 편집인, 온라인 비평 플랫폼 ‘옐로우 펜 클럽’ 공동 발기인이 되며 필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그는 어떤 자격인가보다 어떤 일을 하는가를 더 중요시한다. 그래서 일의 성격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그해의 핵심과제를 설정하고 이에 충실히 임한다.

지난해 ‘수행적 글쓰기’를 다룬 학위논문을 쓰면서, “글은 어떤 일을 하는지 고민했고, 글이 어떤 상황을 섣불리 평가하거나 고정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했다.” 그래서 ①집요한 묘사를 통해 작업에 보다 정확하게 다가갈 입구를 찾거나, ②작업에 대한 기존의 텍스트를 의식해 오히려 자유롭게 쓰거나, ③작품의 태도를 단어나 문장의 스타일에 녹여내서 작업과 나란히 가는 3가지 수행적 글쓰기를 실천했다.

올해는 ‘여성적 글쓰기’에 중점을 뒀다. 그는 “남성적 언어의 핵심은 역사를 쟁취하려는 욕망에 있다. 아직 무르고 촉감이 살아 있는 작업에 이론이나 역사적 맥락을 성급히 덮어 씌우는 것이 내겐 남성적 접근처럼 보였다”고 말하며, “명시하고 평가하는 글이 아닌 작업의 감각과 리듬에 정확하게 반응하는 것이 여성적인 글쓰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의도적으로 여성작가(장파, 정금형, 송민정 등)에 대해 썼다. 2018년 진행한 여러 개의 연구 프로젝트와 기획은 ‘여성성, 여성적 이미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파생, 발전됐다. ‘(Not) Your Typical Narcissist’는 동시대 시각 환경에서 여성의 이미지가 생산, 소비되는 양상을 묻는다. 두산큐레이터워크샵에 참여해 기획한 전시 <유어서치, 내 손 안의 리서치 서비스>(2019. 1. 16~2. 20 두산갤러리)는 이미지가 교환되는 거시적인 맥락인 플랫폼의 작동 방식을 파고든다.

최근에는 이미지 생산의 주범인 코스메틱 산업 비평에도 관심을 두고, 그 첫 단추를 끼우는 글로서 편집인으로 참여한 《VIEWERs》 프로젝트에 K뷰티를 개괄하는 논고를 싣는다(2018년 12월 발간). 이 와중에 문득 오늘날 서울-미술계에 각자의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지지 기반과 문화가 부족함을 느꼈다. 실행력 ‘만렙’인 그는 이 기반을 만들고자 직접 ‘시각문화학회’를 발족하고, 추계 학술대회까지 열었다. 연구자가 어떤 주제에 천착하고 무엇을 고민하는지 좀 더 가시화되기를 바라며. 다음은 뭘까. 유지원은 웃으며 외친다. “정의구현!”


원고 작성: 한지희

교정 교열: 김재석

디자인: 진민선


매거진의 이전글 Person of the Year: 조주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