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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Sep 08. 2021

지속 가능한 지구공동체의 길 찾기

[동학과 현대 과학의 생명사상] , 최민자 지음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지구공동체의 새길 찾기

인간 영성의 제자리 찾기를 통한 특이점의 포월


오늘의 지구적 차원의 인류사적인 과제는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지구공동체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현상적으로, 이 과업을 수행해 나가는 데서 최대 장애물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감염병의 풍토화, 기후위기로 인한 대재난의 일상화, AI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세계의 현실화 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장애물을 낳은 선행의 원인들, 즉 인류를 오랫동안 괴롭혀 온 전통적인 과제들 또한 그 하나하나가 인류사의 바람직한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는 마찬가지다.  


이 책에 수록된 논문들은 이러한 장애를 전면적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인류문명 사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우주, 즉 생명계가 상호의존성과 유기적 통합성에 의거한 ‘살아 있는 시스템’, 즉 천인합일임을 체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류사적 과제 해결에 가장 근접한 것이 바로 동학과 현대 과학(물리학)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인식과 관점이 이 시대에 새롭게 부각되는 것은 “과학을 통한 영성으로의 접근”과 “영성을 통한 과학으로의 접근”이, 인간의식과 과학문명의 진화를 통해 필연적으로 상호 접점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저자는 특히 “동학(東學)”과 양자혁명 이후의 “현대 과학”은 많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인류사회의 과제--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지구공동체의 길 찾기--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이(唯二)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동학과 현대 과학의 근친성을 생명의 관점에서 재조명함으로써, 앞으로의 지구문명을 생명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재구축할 것을 주장한다. 생명의 관점에서 볼 때 동학과 현대 과학은 비분리성․비이원성에 기초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통 특징은 근대의 과학적 합리주의의 과도한 인간 중심주의와 이원론적 사고 및 과학적 방법론, 그리고 그로부터 야기된 현재의 산업문명의 한계성을 극복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의 접합은 예컨대 켄 윌버의 홀라키적 전일주의와 수운의 ‘시(侍)’에 나타난 통합적 비전의 유사성을 통해서도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우주의 본질인 생명의 전일성에 대한 통찰력을 제고함으로써 소통․자치․자율에 기초한 지구생명공동체의 구현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통합적 비전의 또 다른 효능은 낡은 기계론적 세계관의 관점이 더 이상은 생물적, 심리적, 사회적, 환경적 현상이 상호 연결되어 있는 오늘의 실제 세계를 반영하지도, 문제 해결의 유익한 단서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폭로한 다는 점이다.  


오늘 인류의 삶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는 구체적으로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두 방면에 걸쳐 있다. 그중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기술 혁신은 그나마 인간이 오랫동안 대처해 왔던 기후위기 등의 전통적인 과제이자 자연적인 것과는 판이한 과제를 인류 앞에 던진다. 즉 현재 지식혁명, 산업혁명, 디지털혁의 삼각파도는 대전환은 우주의 시원을 이루는 빅뱅의 ‘특이점’에 버금가는, 새로운 특이점으로 다가온다고 얘기된다. 저자는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은 인류의 집합의식이 이입된 것이기 때문에 실은 인간 자체의 윤리 문제라고 말한다. 이것이 초래할 수도 있는 미증유의 재앙은 동학의 통섭적 사유체계로서 공공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의해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동학의 후천개벽은 정신개벽, 사회개벽 그리고 천지개벽이 변증법적 통합을 이루어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는 ‘다시개벽’으로 새로운 휴머니즘의 길, 신문명의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미래의, 대안의, 새로운 지구 문명의 새로운 지평 탐색을 위한 세 가지 존재론적 반경으로 “과학”과 “영성” 그리고 “진화”를 제시한다. 이때 과학은 오늘날의 ‘양자혁명’ 시대를 관통하면서 영성과의 접합을 시도하는 새로운 과학이다. 또한 영성은 종교라는 외피에 갇히지 않은 만유의 내재적인 본성인 신성(神性)을 의미하며 그 육화(肉化)로서의 만유-세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또한 진화란 영적 진화이자 공진화로서의 진화이다. 이처럼 과학과 영성 그리고 진화 대한 통섭적 이해를 통해서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획기적인 전기가 되고 있는 이 시기를 슬기롭게 지나고, 그에 따르는 지구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탐색하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의 시대적, 시대적 조건은 개별화된 개인 - 개인의 고립성이 절대화된 현대(모던)사회의 포스트휴머니즘으로부터 네트워크화된 세계, 이 우주와 분리되지 않은 확장된 인간형으로서의 트랜스휴머니즘으로 진전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내 안의 우주성을 이야기하는 동학사상의 의미와 시사점, 나아가 포스트 물질주의 과학과 생명사상의 진수를 담고 있는 동학과의 접점을 찾아 비교함으로써 “과학을 통한 영성으로의 접근”과 “영성을 통한 과학으로의 접근”이라는 상호 피드백 과정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이 시대의 미래를 조망한다.  


저자 스스로 정리한 동학과 현대 과학의 접점은 다음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동학과 현대 과학의 통섭적 생명관의 비교 고찰을 통해 공통의 핵심 주제가 ‘생명’이며, 생명의 본질 자체가 ‘참여하는 우주’의 경계임을 밝히고 있다. 

둘째, 생명을 ‘하나’인 일기(一氣, 至氣)로 보는 동학과, 우주만물을 에너지 장(場) 즉 매트릭스로 보는 현대 물리학의 관점이 생명을 비분리성·비이원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상통함을 밝히고 있다.

셋째, 네트워크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다양한 패턴을 ‘자기조직화’라고 하는 복잡계 과학의 관점을, 만물화생(萬物化生)의 근본 이치를 설파한 동학의 관점에 조응시킴으로써 생명의 전일성과 자기근원성의 심원한 의미를 실제 삶의 영역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하였다.

넷째, 생명현상을 전일적 흐름으로 보는 양자물리학의 관점을, 생명의 본체와 작용의 묘합 구조인 동학의 ‘시(侍: 모심)’ 철학에 조응시킴으로써 통합적 비전에 의해 세계가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다섯째, ‘신성한 영(神靈)’인 동시에 ‘기화(氣化)’로 나타나는 일심(一心)의 이중성을, ‘양자의 역설(파동=입자)’의 존재성과 회통시킴으로써 생명의 본체와 작용, 내재와 초월이 합일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여섯째, 현실 세계가 부분이 전체를 포함하는 홀로그램과 같은 일반원리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홀로그램 우주론과, 우주만물[부분]이 하늘[전체]을 모시고 있다며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마저 넘어선 동학의 시천주의 세계관이 물질의 공성(空性)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상통함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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