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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Aug 10. 2021

탈종교화에서 재종교화로!

새책 [종교문화의 안과 밖]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들이 10여년간 매주 발행한 700여 편의 뉴스레터 칼럼 중에 뽑아서 엮은 책이다. 국내외적으로 매일같이 벌어지는 종교적 이슈 관련 시평이나 비평, 종교학 이론이나 연구 주제에 관련된 시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수록되었다. 그에 더하여 원로학자에서부터 소장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의 종교학자들이 온갖 사회적인 이슈와 문화 현상을 종교적 관점과 혜안으로 해부하는 글들로써, 종교문화뿐만 아니라 이 시대 사회문화와 인간의 인식 지평에 이르는 성찰을 불러일으키고 세계를 새롭게 전망하는 지혜를 제공한다. 

 

1.


코로나19는 온전한 생명조차 되지 못하는 바이러스에게 휘둘리는, 현대 인류문명의 연약함만큼이나, 종교의 부끄러운 민낯을 여러 각도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종교(교단)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든지 간에, 인간에게서 ‘종교성’ 내지 ‘종교적’ 의식과 행동, 다시 말해 ‘종교문화’의 요소를 탈각시켜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종교문화란 인간이라는 존재의 기본, 본질 이외에 부가된 어떤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데서 비롯되는 온갖 현상과 그 결과들을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단종교란 이러한 인간 본연의 종교문화, 종교적 심성 중의 극히 일부분만을 감당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어떠한 형태의 종교(교단)라도 아예 없는 사회라고 할지라도-이것은 가능하지 않지만-, 그 ‘종교 없음’의 ‘종교적인 의미’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다.  


2.


최근의 ‘종교현상’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종교인구’의 급격한 감소이다. 2014년을 기점으로 종교인구보다 ‘비 종교인구’가 더 많아졌다. 종교인구의 이탈현상은 점점 더 가속화하고 있다는 특징도 보인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종교인구의 점유율은 54% → 50%로 4%p 줄어들었는데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사이에 50% → 40%로 10%p가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종교가 더 이상 인간의 삶에 필요한 ‘지혜’와 ‘안식’을 주지 못한다는 경험적 인식이 점점 확산되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혜는 과학적 지식과 네트워크 지식(인터넷)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감당하게 되었고, ‘안식’의 측면도 개개인의 삶의 지향과 취향이 다양해지고 그것을 표현하는 자유도 크게 신장되어, 더 이상 ‘종교적 안식’에 기대지 않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거룩한 것’에 더 가치를 두던 사회 분위기에서 ‘일상적이고 세속적인 것’을 소중히 여기는 ‘종교적 소속감’을 매개로 한 심리적 안정이나 사회적 이익의 추구도 개인주의화나 사회 구조의 ‘합리화’ 추세에서 점점 위력을 상실하고 있기도 하다.


3. 


그러나 한편으로 ‘종교인구 감소’라는 말은 전통적인, 어떤 면에서는 ‘기득권화한’ ‘교단종교’의 관점에서 보는 말이다. 대학(교/교수)들이 한참 ‘인문학의 위기’를 이야기하며 대학이나 연구나(교수)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강화를 부르짖는 동안 대학 밖의 사회에서는 ‘인문학 열풍’이 불던 시기였고, 그 추세는 점점 더 심화되고, 다변화하고, 일상화하며 현재진행중인 것과 마찬가지다. 

대학 교수 또는 종교 교단 관계자(성직자와 종사자 등)는 자기 자신의 사적(私的-개인 또는 특정 집단) 위기를 ‘인문학 위기’ ‘종교 위기(인구감소)’와 등치시키려고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런 데는 관심이 없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지적 평균 집단이 계몽과 교화의 대상에서 스스로 학문하고 스스로 수양-구도(求道/修道=자기 방식으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한 데에도 영향이 있다.


4. 


다시 말해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현대사회의 종교현상의 특질은 종교인구 감소나 종교의 영향력 감소가 아니라, 현대사회에 들어 ‘종교적 현상’과 ‘종교적 관점에서 들여다 볼’ 일들은 오히려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교단)’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거룩하고(전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것을 ‘매우 종교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탈종교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서도 “종교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65%p’ 전후한 긍정적 답변이 견고한 저항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 증좌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는 ‘탈종교화’의 시대가 아니라 ‘재종교화’(재주술화)의 시대라고 해도/해야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종교적 감수성 내지 종교의 지혜는 ‘신화(神話)’의 지혜와 함께 오래된 미래로서의 가치를 가진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현대적으로, 종교란 결국 인간의 고귀함이나 특별함을 설명하고 추구하기 위한 인간 의식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점점 인간 자신을 압도해 가고 있는 현대문명에서 인간의 삶에 ‘종교의 필요성’은 오히려 극단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5. 


[종교문화의 안과 밖]은 여전히 인간 사회(세계정치 경제 사회)에 분명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통적인 의미의 종교(단체)와 종교로 말미암은 갈등의 문제에서부터 새롭게 도래하는 ‘종교현상’에 이르기까지 다양, 다종, 다각적인 종교문화를 다룬다. 필자 모두가 이 부분에 관한 ‘전문가(연구자)’들이지만, 이 글은 연구논문이 아니라 칼럼, 에세이, 연구노트 등, 좀 더 독자 친화적인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종교인뿐만 아니라, 아니 오히려 종교인들보다, 종교를 떠나 ‘종교적인 것’을 찾아가는 중인 비종교인들 - 현대인들에게 좋은 지침서이나 생각과 삶의 기운을 환기(換氣)하는 책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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