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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r 15. 2022

"지구인문학의 시선"

20220315 지구인문학이야기002 

2022년 3월 15일 아침, 지구인문학연구소에서 동쪽하늘을 바라보다

3월, 4월 사이에, 지구인문학의 새 지평을 여는 책들이 출간되기 시작합니다. 1-2-3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올 예정입니다. <지구인문학의 시선>은 그중 3번째 권으로 출간 순서로는 첫 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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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장소의 지구철학>(박치완)은 인간이 ‘장소의 존재’임을 주장한다. 인간은 자신이 처한 곳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존재임과 동시에 자신이 살아가는 장소를 구축해 나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를 어떻게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로 구성해 낼 것인가? 이에 대해 박치완은 제3세계성을 주장한다. 억압당하고 배제당한 자의 눈으로 구성된 지구이어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지구인문학의 가능성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2장 <사이와 너머의 지구정치학>(김석근)은 명사적 존재들로 구성된 정치와 철학의 사유를 넘어, 그 명사들 ‘사이’의 존재들에 주목하고, 그를 통해 ‘사이 너머’를 조망할 수 있는 지구정치학을 구상한다. 정치(학)의 기본단위는 개인과 국가와 세계이고, 이 모든 단위들은 지구 위에서 행위 주체성을 발휘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명사들로 인해 전체를 아우르는 지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역설적으로 지구가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로 망해 버렸음을 상상할 수 있을 때 ‘지구’라는 것의 의미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가 정치적 행위 주체를 위해 구성하는 기존 명사들 ‘사이’에 그동안 정치적으로 배제되어 왔던 존재들이 가로놓여 있고, 이 존재들의 정치적 행위주체성을 포괄할 수 있을 때에 지구정치학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제3장 <공생의 지구정치신학>(박일준)은 공생을 ‘함께-만들기’ 혹은 ‘공동생산’(sympoiesis)이라는 관점으로 조망하면서, 기존 제도권 정치와 자본주의적 실패들을 반성적으로 성찰한다. 제도권 정치로부터 정치적 행위 주체성을 부여받지 못한 존재들의 정치적 잠재력을 ‘정치적인 것’으로 표현하면서, 정치로부터 배제된 존재들의 연대를 꿈꾸며 지구정치신학을 제안한다.


제4장 <은혜의 지구마음학>(이주연)은 카렌 바라드가 말한 모든 존재들의 ‘얽힘’을 서로에 대한 ‘은혜’로 보고자 한다. 자본주의적 무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가는 시대에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조장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존재는 얽혀 있다. 이는 곧 우리가 서로에게 은혜를 입히고 있다는 말이다. 원불교에서는 이를 사은(四恩), 즉 천지·부모·동포·법률의 은(恩)으로 표현하는데, 이는 모두가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에 있다는 말이다. 모든 존재를 하나의 원(圓)으로 아우르는 마음 바탕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지구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제5장 <최한기의 지구 인식과 기학적 존재론>(김봉곤·야규 마코토)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 혜강 최한기의 기학(氣學)에 나타난 “세계에서 지구로의 시선 전환”에 주목하면서, 인간과 만물의 관계를 지구적 차원에서 사유하는 시도에서 조선의 근대성을 포착한다. 최한기는 만물이 일체로 얽혀 있음에 주목하면서, 단지 부모만을 모시는 인륜적 효를 넘어서 천지를 섬기는 천륜적(天倫的) 효를 제안한다. 이에 의하면, 최한기가 생각한 지구인문학은 단지 모든 존재를 하나의 사유 틀 속에 집어넣으려는 제국주의적 노력이 아니라, 만물을 인간이 섬겨야 할 존재로 간주하면서 인간의 행위 주체성을 지구적으로 사유하려는 노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제6장 <미래의 지구교육학>(이우진)은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지구교육학’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현재의 세계시민교육과 생태시민교육은 그 시의적적절성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존재 혹은 유기체적 존재 인식에 기반한다. 그 생명적 사유 안에서 비생명적 존재들은 우리와 공생하는 존재가 아니라, 유기체적 삶의 도구와 수단으로만 간주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생명과 유기체 중심주의를 넘어 기후변화와 생태위기 시대를 지나가는 우리 시대의 교육은 생명뿐만 아니라 비생명적 존재들과의 얽힘도 사유할 수 있는 지구 교육이 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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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도대체 '듣보잡'인 '지구인문학'이 인간과 지구(세계)를 새롭게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을 우리에게 어떻게 제공해 주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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