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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n 01. 2023

우주가 우주 된 까닭은 무엇인가

[오늘아침명상]

1. "우주가 우주가 된 까닭은 무엇인가. 나는 반드시 사람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사람이 사람 된 까닭은 무엇인가. 나는 반드시 종교(가르침)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진실로 사람이 아니라면 우주도 또한 한낱 썩은 빈껍데기일 뿐이요, 진실로 종교(가르침) 아니라면, 사람도 또한 흙덩이로 만든 한낱 인형일 뿐이니, 그러므로 종교라는 것은 우주의 대정신이요, 사람이 사람 되는 재료입니다."(李駿錫)


이 글은 '종교'가 시대의 총아요, 문명의 선구요, 개벽(개혁, 개조, 개신)의 지렛대이던 1911년, 조선땅에서 발간된 <천도교회월보>(14호, 1911.10.15)에 실린 "우주는 천도교를 숭배하는 제단"이라는 글의 한 대목입니다. 오늘의 종교 형편이나, 과학만능시대의 '개명'된 시선으로 보면 허무맹랑한 것으로까지 여겨지겠지만, 적어도 이 글이 씌어지던 당시는 '시대선언'이며 '개벽선언'이고 '문명선언'에 값하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본지를 궁구하면,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지혜를 주고 화두가 되는 글입니다. 이 글은 의암성사(손병희)법설, 무체법경의 "운용의 맨 처음 기점을 나라고 말하는 것이니 나의 기점은 성천의 기인한 바요, 성천의 근본은 천지가 갈리기 전에 시작하여 이때에 억억만년이 나로부터 시작되었고, 나로부터 천지가 없어질 때까지 이때에 억억만년이 또한 나에게 이르러 끝나는 것이니라."와 비교해 보면,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2. 생각건대, 이 글은 이른바 인류(지구) 근현대사를 '인류세'로 휘몰아온 인간중심주의 대신에 '종교(가르침, 진리)중심주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우주가 사람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살아있고,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이 되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그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근거는 종교(가르침)로 말미암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니, 그러므로 종교야말로 우주의 정신이 되고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근거(출발점)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인간중심주의'를 말하는 듯하지만, 그때 인간은 '종교(가르침)'에 따르는 인간, 다시 말해 가르침을 따르는 인간, 다시 한번 더 배우고 공부하는 자만이 인간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우주에서 인간이 중심임을 말하되, 그때 인간은 권리 주체나 행위 주체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의무주체' '수행주체' '공부주체'로서의 인간입니다.  또한 종교는 오늘날 제도화되고 도그마화된 교단종교가 아니라, '으뜸가르침'으로서의 종교(=敎)를 말합니다. 동학이든 천도교든 그 본질은 이것입니다. 그렇게 의무-수행-공부를 거듭하면 우주(한울)과 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증하고,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며(주문수행수양), 되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는(이치공부) 것입니다.

3. 지금, 누구나 지구위기, 기후위기를 말하지만, 지구나 기후는 그 자체로만 보면 위험해질 일은 없습니다. 실은 인간이 위험해지는 거지요. 그런데, 인간이 위험해지면 지구(우주, 기후)가 위험해집니다. 우주가 우주다운 것은 인간으로 말미암는 것이라고 얘기했던 까닭입니다.


오늘도, 애면글면, 공부하고자 애쓰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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