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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Dec 26. 2017

<개벽신문> 창간사

2011년 4월 5일자, 개벽신문 창간호에 게재됨


<개벽하는 사람들>은 2010년 10월 3일에 닻을 올렸다. 그로부터 6개월 만에 <개벽신문> 창간호를 발행하게 되었다. <개벽하는 사람들>(이하‘개벽사’)은 90년 전에 창간된 종합잡지『개벽(開闢)』을 창조적으로 복원하는 이 <개벽신문>을 발행하는 것을 기점으로,‘개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結社)이다.


『개벽』지(誌)는 1860년, 수운 최제우 선생이 예언적으로 선언한‘다시 개벽’을 문화적·사상적·철학적으로 실천하고자 했던 잡지였다. 따라서 <개벽사>와 <개벽신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개벽』지와‘개벽(開闢)’이라는 용어(사상)를 이해하는 것이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로써, <개벽신문>을 창간하는 우리의 결의를 재다짐하고자 한다. 


종합잡지『개벽』과 <개벽사>의 창조적 복원을 위하여 

『개벽』지는 1920년 6월 25일 창간하여, 1926년 8월 1일 통권 72호로 강제 폐간되었다가, 30년대에 속간 4호, 해방 후에 다시 복간 9호를 발행(총 85호)하였다. 그 후에도 60년대에“복간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영인본을 간행하는 등 끊임없이 복원을 추진해 왔으나, 정신적/재정적 후원을 하던 천도교단의 쇠락과 맞물려 역사 속으로 침잠해 갔다.


『개벽』지가 이처럼 끊임없이 복원이 시도되는 까닭이 없지 않다. 『개벽』지는 한 종단에 귀속되거나 한 분야에 치우친 잡지도 아니었다. 언제나 그 시기 최신·최긴요한 의제를 정면으로 제기하여 지성계를 들끓게 하였고, 그로써 민족과 인류의 나아갈 바를 열어 가고자 불철주야, 간난신고를 마다하지 않는‘언론’이었다. 

사상과 철학, 역사와 문학을 아우르는 당대 최고의 종합잡지로서, 발행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일제 검열 일제 당국의 기휘(忌諱)에 저촉되지 않은 적이 없을 만큼 질곡의 세월을 온몸으로 뚫고 나가던 화살 같은‘미디어’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이름 밑에는『어린이』, 『학생』을 비롯하여 『조선농민』 『신여성』 『별건곤』 『혜성』 같은 자매잡지가 놓여 있고, 그 잡지들을 매개로 한 어린이운동, 학생운동, 여성운동, 농민운동들이 펼쳐져 있다.


또한 1890년대의 동학농민혁명, 1900년대의 개화운동, 1910년대의 독립운동이자 언론매체의 역사와 전통을‘실질적’으로 계승하는 한편, 1920~30년대 무장항일투쟁가들에게도 정신적 안식과 고무(鼓舞)를 기하는“마음의 고향”이 되기도 하였다. 다시 말해『개벽』지는“한국 근현대사”의 고갱이로서의 상징성을 갖는 잡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벽(開闢)’의 이해와 <개벽하는 사람들> 

개벽”이라는 말은, 오늘날 증산 계열 신종교의 용어로 주로 잘 이해되는 경향이 농후하다. 그러나 ‘개벽’의 함의와 외연은 그보다는 훨씬 넓고 깊다. 우리가 쓰는‘개벽’이라는 말의 종교적 철학적 의미의 본령은‘동학-천도교’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넓게는 증산교/도와 원불교, 정역 등을 포함하여 한국 근현대 사상, 종교, 철학 전반의 비전을 포괄하는 용어를‘개벽’이라고 설정할 수 있다.


조선조 말엽의 동학농민혁명은‘개벽운동’의 한 분수령으로 여겨지기도 하며, 『개벽』지 발행 당시에는“정신-사회-민족개벽”의‘3대개벽론’으로 재해석되기도 하였고, 사람과 만물이 더불어 새롭고 밝게 사는 새 세상을 꿈꾸는 사상적, 실천적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개벽’의 여러 이상(理想)들이 이 시대 시민(市民), 인류(人類), 생명공동체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보아 이를 계승코자 하였다. 


또한 『개벽』지는 개벽사(開闢社)에서 발행되었다. 당시 개벽사의 창간 동인은 주로 천도교청년이었지만, 『개벽』지의 전성기를 이끌어 낸 개벽의 동인들은 이들 외에 당대의 문인, 비평가, 사상가들 거의 전부가 망라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의“개벽하는 사람들”은“사람과 만물이 더불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고, 앞으로도 더 많이 그런 분들을 찾아 모시고, 또 미흡하면 닦고 단련해 나가고자 한다. <개벽하는 사람들>을‘개벽사’로 줄인 이유 역시, 그 시절의 ‘개벽사(社)’를 이어 오기 위해서이다. 


오늘날 우리 인류는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문명의 폭발적인 확장이“종교적 영성”또는“신앙적 전망”과 소통하여 자기 연성(煉省)의 뿌리를 갖지 못하면, 이 지구호(地球號) 전체는 우주의 미아가 되고 마침내 대파멸에 직면할 위험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개벽신문>과 <개벽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그 대안을 모색/실천하는 모든 사람/단체와 연대함으로써, 지구호의 방향을 희망적인 쪽으로 틀어 나가는 일에 우선적으로 복무하고자 한다. 


다시 정의하여, “내 마음 열리는 곳에 세상 또한 열리고(我心開處世亦開)”로 우리의 각오와 희망을 선언한다. 주체로서의‘나’의 단련과 헌신이‘세상(사회)’의 변혁을 이끌어 온다는 뜻과 비전이 통일적으로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사람, 정의로운 연대 

이 결사(結社)에 임하는 동인(同人)들의 뜻이 <개벽사> 창립선언문에 담겨 있는 바, 그 일단을 요약 소개하여, <개벽사>와 <개벽신문>의 약속과 다짐을 재삼 전하고자 한다. 


“(전략) <개벽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낼 <개벽신문>으로써, <개벽>은 미래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동학운동, 개벽운동’의 장엄한 역사가 오늘 우리 속에서 출세하여 현존하며, 우리의 노고(勞苦)함으로 그 공덕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은 … 대변혁의 시대입니다. 빈도와 심도를 더해 가는 재난과 이변이 인류와 생명계의 위기를 웅변하는 시대이고, 그만큼 기회의 시대입니다. 자본과 물질 위주로 욕망하는 데에 극성한 인류 문명의 흐름을, 사람과 생명 중심으로 조화하는 것으로 전환할 동력과 요구가 충분해진 시대입니다.

<개벽하는 사람들>은 동학의 정신으로 그 요구에 당당히 답하자고 제안합니다. … 청신간결(淸新簡潔)! 맑고, 새롭고, 간단하고, 깨끗하게 하는 개벽의 참뜻을 세상 만물과 더불어 누리자고 제안합니다. …

소통과 영성의 정치, 돌봄과 상생의 경제, 모심과 살림의 문화, 생명과 평화의 사회를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행복한 미래에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농부로서, 새 하늘 새 땅에 사람과 만물이 더불어 새로워지는 후천개벽 세상을 불러오는 마중물이자, 만인만물이 자기 공을 이루어 만사지하는 개벽 세상의 다리(橋)가 되자고 제안합니다.(하략)” 


※ 이<창간사>는 준비호 발행 때의 뜻을 종합한 것으로, 『종교와 평화』(KCRP 刊)에 투고한 내용을 수정·보완하였습니다.

출처: http://popolo21.tistory.com/53 [개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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