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으로 묻다, 물음으로 동학하다 4-3
주문과 영부가 한울님으로부터 받은 ‘제인질병’의 궁극적 처방이라는 점을 앞에서 말했다. 그런데, 영부는 또한 마음이기도 하다.
경(經=동경대전)에 말씀하시기를 ‘나에게 영부 있으니 그 이름은 신선의 약이요 그 형상은 태극이기도 하고 궁궁이기도 하니, 이 영부를 받아 사람을 질병에서 건지라’ 하셨으니, 궁을의 그 모양은 곧 마음 심(心) 자이니라. 마음이 화하고 기운이 화하면 한울과 더불어 같이 화하리라. 궁은 바로 천궁이요, 을은 바로 천을이니 궁을은 우리 도의 부도요 천지의 형체이니라. 그러므로 성인이 받으시어 천도를 행하시고 창생을 건지시니라. 태극은 현묘한 이치니 환하게 깨치면 이것이 만병통치의 영약이 되는 것이니라(해월, 영부주문).
우리 도에 영부를 시험하여 병을 고침은 이는 즉 영의 하는 일이니, 한울이 능히 병을 생기게 하는 이치는 있고 어찌 병을 낫게 하는 이치가 없으리오. 온전하고 한결같은 정성과 믿음으로써 먼저 마음을 화하게 하고 또한 기운을 화하게 하면 자연의 감화로 온몸이 순히 화하나니, 모든 병이 약을 쓰지 않고도 저절로 낫는 것이 무엇이 신기하고 이상할 바리오. 그 실지를 구하면 한울의 조화가 오직 자기 마음에 있느니라(해월, 기타)
영부도 마음과 관련이 되지만, 주문이란 결국 한울님을 위하는 마음(爲爲心)을 기르는 것으로, 그 또한 마음과 관련이 된다.
지금 사람들은 다만 약을 써서 이 낫는 줄만 알고 마음을 다스리어 병이 낫는 것은 알지 못하니, 마음을 다스리지 아니하고 약을 쓰는 것이 어찌 병을 낫게 하는 이치이랴. 마음을 다스리지 아니하고 약을 먹는 것은 이는 한울을 믿지 아니하고 약만 믿는 것이니라(해월, 이심치심).
한약이든 양약이든 그 또한 한울님(=사람)이 주신 것이니 처방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약(藥)에는 사심(邪心, 私心)이 끼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가 된다. 유통 과정에서의 리베이트 등의 문제도 그러하지만, 즉각적이고 대증적인 효과를 위한 작위가 개입된 결과가 오늘날의 의약품이고 보면, 의약/의학 만능주의로 귀결되는 것은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일이다. 특히 오늘날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약품과 의료(요양) 기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는 가운데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나 그보다 근본적인 인간의 윤리가 정리되어야만 한다(ex. 사전의료의향서)
이와 관련하여서도 동학의 입장은 명쾌하다.
마음으로써 마음을 상하게 하면 마음으로써 병을 나게 하는 것이요, 마음으로써 마음을 다스리면 마음으로써 병을 낫게 하는 것이니라. 이 이치를 만약 밝게 분별치 못하면 후학들이 깨닫기 어렵겠으므로, 논하여 말하니 만약 마음을 다스리어 심화 기화가 되면 냉수라도 약으로써 복용하지 않느니라. 이것이 ‘개벽 후 오만년에 노이무공 하다가서 너를 만나 성공하니’라고 하신 한울님의 뜻이니 밝게 살필지어다. 마음으로써 마음을 다스리고, 기운으로써 기운을 다스리고, 기운으로써 기운을 먹고, 한울로써 한울을 먹고, 한울로써 한울을 받드는 것이니라(해월, 영부주문).
옛날부터 인간에게 닥치는 재앙을 통칭하는 말은 삼재(三災)이다. 구체적으로는 전쟁과 굶주림과 질병이다. 해월 선생은 이에 대해 ‘전쟁은 의기남아로 하여금 평화를 추진케 하여’ 면하고, ‘굶주림은 평상시에 7년치 식량을 비축하여’ 면하라 하고, 마지막으로 질병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처방을 제시한다.
질병은 사람이 다 수심정기 하여 마음이 화하고 기운이 화하면 능히 면하리라(해월, 삼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이 세상에 괴질이 없다면, 이런 저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괴질은 왜 생기는가? 첫 번째는 각자위심하기 때문이다.
이 근래에 오면서 온 세상 사람이 각자위심하여 천리를 순종치 아니하고 천명을 돌아보지 아니하므로 마음이 항상 두려워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였더라(포덕문).
둘째, 이를 좀 더 뜻을 넓혀 말하면 세상 사람들이 한울의 이치와 기운을 어기고,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치와 기운이 바르면 만물이 신령하고, 이치와 기운이 바르지 못하면 만물이 병이 생기고, 사람의 몸에 있는 이치와 기운이 바르면 천지에 있는 이치와 기운도 바르고, 사람의 몸에 있는 이치와 기운이 바르지 못하면 천지에 있는 이치와 기운도 역시 바르지 못하느니라 (해월신사법설, 허와실).
셋째, 이를 좀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말하면, 세상 사람들이 바른 길을 버리고, 사사로운 길, 욕심의 길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은 천령의 영함을 알지 못하고 또한 심령의 영함도 알지 못하고, 다만 잡신의 영함만을 아니 어찌 병이 아니겠는가. (중략) 이러한 고질은 큰 스승님(大方家)의 수단이 아니면 실로 고치기 어려우니라. 그러므로 내 감히 논하여 말하는 것이니 밝게 살피어 쾌히 병든 뿌리를 끊고 한 이치로 돌아와 죄를 한울님께 얻지 말라(해월, 심령지령).
넷째, 이를 다시 요약하여 한마디로 하자면 심고(心告)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다. 심고란 마음으로 한울님에게 고한다는 뜻으로, 말하자면 나(인간)와 한울님이 서로 소통하는 것(동귀일체)을 말한다.
이 칠 조목(일용행사에 심고하는 일곱 가지 유형)을 하나도 잊지 말고 매매사사를 다 한울님께 고하면, 감기 같은 가벼운 병이든 간질이나 뇌졸중 같은 어떤 병도 다 나을 것이니 부디 정성하고 공경하고 믿어 하옵소서(誠敬信). 병도 나으려니와 위선 대도를 속히 통할 것이니, 그리 알고 진심 봉행하옵소서(해월, 내수도문).
지금 세상에, 내 마음 하나 돌아보고, 한울님께 고하여 부끄러움 없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면, 어떠한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