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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Feb 06. 2018

방정환한울어린이집 3돌

방정환한울학교 이야기 - 3

최 경 미 | 방정환한울학교 사무처장 [개벽신문] 제67호, 2017년 9월호 


“오늘은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이 세 살 생일이 에요. 함께 축하합시다. 생일 축하합니다~”


모두 함께 생일 노래를 부른다. 원장선생님이 감사의 말씀을 한 후, 혹시 누가 축하노래를 해 줄 사람 있나요? 했더니 4살반 아이들이 손을 번쩍 든다. ‘곰 세 마리’, ‘작은 별’, ‘진욱이는 말랐어’ 줄줄이 노래가 나오면서 즉흥 축하공연이 되었다. 형님반 친구들은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를 합창한다. 


계획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흥에 겨운 노래로 어린이집 아침이 가득하게 채워진다. 예상치 않게 시간이 흐른다. 다음 일정을 체크하며 멈추게 하는 사람이 없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노래를 응원하며 함께 즐긴다. 그래서 아이들은 가사가 틀려도, 아직 다 알지 못하는 노래라도 서슴없이 손을 들고 맘껏 노래를 한다.


그랬다. 3년 동안 선생님들의 노고가 컸다. 날마다 나들이를 나가는 일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비가 오거나 바이 많은 날, 미세 먼지가 많은 날처럼 나들이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아침마다 생긴다. 그런데 비가 와서, 바람이 불어서 더욱 더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가 되는 어린이집 선생님들로 성장해 주었다.


자잘한 적응 시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큰 무리 없이 선생님들이 자기 자리를 지켜주었고 아이들을 기다려 주었다. 처음 어린이집 문을 열 때 우리는 프로그램보다 선생님이 차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늘 같은 일들을 하고 있어서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알아차릴 수 없을지 모르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 눈에는 선생님들의 변화가 보인다. 생태적인 일상생활을 선택하기란 귀찮고 불편한 점들이 많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은 스스로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도 그렇다. 하나하나의 색깔로 모인 아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천천히 기다려주는 일을 감당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정해진 규칙대로 이끌어가도 교사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별적인 것을 인정하고 느긋하게 하나하나를 살피고 돌보는 일이란 참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일들을 기꺼이 해주고 있는 선생님들께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늘 새롭게 커 가는 아이들을 맞이해야 하니 선생님들도 날마다 깨어나야 하는 일을 해야 하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갈등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스스로를 마주해야하는 당황스러움이 있지만 아이들처럼 끊임없이 반복하고 도전하면서 어느 날 한 고비 넘어서는 자신도 발견해 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이 2년 반을 넘어서며 원장님이 새로 오셨다. 30년 가까이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온 임우남 원장님은 어린이집 원장이라는 새로운 일을 기꺼이 맡아주셨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3년이 지나면서 6명의 졸업생이 생겼고, 현재 32명 정원으로 4~7살까지 아이들과 네 분의 담임선생님, 주방선생님과 원장선생님, 금동이(마당에서 크고 있는 강아지)까지 함께 어린이집을 꾸려가고 있다.


여전히 어린이집에서는 새날 열기를 한다. 아침에 ‘맑은물’을 마시며 하루를 열고,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기 전에 밥 한 그릇이 있기까지 애써 준 천지만물에 감사를 드리면서 한 숟갈 쌀을 떠 놓는 ‘나누미’를 하고 있다. 매일 산과 들로, 마을 골목으로, 이웃 동네로 나들이를 나간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 다리에 힘이 오르고 조금 더 거친 길도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간격이 있는 평상 위를 뛰어 건너는 연습을 반복하던 4살반 아이들이 평상을 훌쩍 건너뛰며 성취감에 흠뻑 젖은 그 기쁜 얼굴을 잊을 수 없다. 


그 아이들이 요즘은 “왜요?”를 입에 달고 쫓아다닌다. 세상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감각으로 마음으로 알아가는 중이다. 어떤 날에는 아이들의 질문을 따라가다 나도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들을 만난다. 너무 당연해서 혹은 익숙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새로워지기도 한다. 아이들에게서 한 수 배우게 된다.


봄에는 ‘가족 산행’을 했고, 여름에는 ‘아빠와 함께 하는 캠프’를 했다. 아빠와 함께 밤길을 걸으며 손으로 전해지는 서로를 느끼고, 엄마한테 감사의 편지를 써서 엄마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7세반 아이들과 졸업여행을 다녀왔다. 하룻밤 부모를 떠나 세상을 향해 걸어 나온 아이들, 너무도 신나게 친구들과 놀더라는 이야기를 선생님들께 전해 들었다.


출발하는 당일 아침까지 아이들 보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하던 어떤 부모는 여행을 떠나는 아이 친구들을 배웅하러 나갔다가 아이가 선생님 손을 잡는 바람에 아무 준비 없이 합류해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아무 준비도 없이 갔던 터라 불편한 조건 속이었지만 아이는 너무나 즐겁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고 한다. 여행을 다녀온 후, 부모는 여행을 잘 보냈다고, 안 보냈으면 어쩔 뻔 했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도 또 가고 싶다고 했다는데, 부모들을 좀 섭섭할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부모를 벗어나 낯선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을 즐겼다는 이야기이다. 대단한 곳을 간 것도 아니고, 특별한 곳에서 잠을 잔 것도 아니다. 단지 친구들과 갔다는 거, 부모의 눈길을 벗어나 있다는 거 정도가 평소의 여행과 다른 부분일 테다. 아이들은 이제 부모의 품에서 나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기꺼이 떠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내 품 속 아이에서 우리 아이로 성장해가는 것을 축복하고 씩씩하게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두 팔을 열어주어야 한다. 


가끔은 부모들이 더 아이들을 놓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들을 볼 때가 있다. 성장과정에서 통과의례처럼 겪어야 하는 일들이다. 그래서 방정환한울어린이집에서는 부모 모임이 잦다. 내 안에 갇히지 않고 서로를 보면서 더불어 커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기 위함이다. 이제 ‘방정환 텃밭책놀이터’에서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부모들이 만나고 스스로를 발견하고 내 안에 있는 가능성들을 발견하는 일들을 해 나가고자 한다.


방정환선생님은 처음 어린이날을 열고 세 가지 주요한 선언을 하셨다. <어린이들을 윤리적 억압으로부터 해방하고, 경제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하고,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한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절을 행하게 하라.>


그 선언은 방정환한울학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며 방정환한울어린이집과 방정환텃밭책놀이터가 그 실천의 장이라는 것을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세 돌을 맞으며 다시 한 번 새겨본다.


https://brunch.co.kr/@sichunju/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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