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 한울학교 이야기 - 2
지난 (2017년) 7월 15일(토) 방정환한울학교 두 번째 배움터, ‘방정환 텃밭책놀이터’가 개관식을 했다. 100여 명이 참석했는데, 지역주민과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어린이와 부모님, 인근 지역 작은도서관 관계자들, 한울연대와 방정환한울학교 임원들과 회원들이 자리했다.
기념식에는 방정환한울어린이집 부모동아리인 ‘하늘소리’의 길놀이로 시작하여 아이들의 축하 노래, 임재택 이사장님의 모시는 말씀, 정갑선 한울연대 상임대표의 축하말씀, 방정환연구소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개관하기까지 애써주신 분들이 많다. 땅을 기증해주신 정미라님, 노력봉사를 도맡아 주신 현경환 이사님, 류정현 텃밭책놀이터 고문님, 임우남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원장님이 계셨고, 또한 멀리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후원자들과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등 개관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다시 한 번 두 손 모아 감사드린다.
여는 식 이후 ‘방정환선생님 이야기’로 워크샵을 했는데, 이주영 선생님의 어린이선언문 살펴보기와 장정희 교수님의 삶을 가꾸는 방정환문학이야기로 물꼬를 트고, 방정환선생님 작품 중 ‘4월 그믐날 밤’을 참석자들과 돌려 읽기를 했는데, 5월 1일 어린이날, 새 세상이 열리는 그날을 기다리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져서 각자한테도 새날을 여는 순간을 경험하는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으로 새로운 배움터를 연 만큼 방정환선생님의 교육철학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더욱 정성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방정환 텃밭책놀이터’는 개관식을 하기 전부터 3월에서 7월까지 시범운영을 해 왔는데, 초등동아리 ‘탐험하는 바람’이 있었고, 가족 주말농장, 유아들의 ‘작은농부’활동이 있었다. 오늘은 ‘작은 농부’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키가 작지만 손이 제법 매운 작은 농부들, 방정환한울어린이집 하늘반, 은하수반, 해님반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농부가 되어 찾아왔다.
씨앗이야기 ―
봄날, 밭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오래 묵은 밭이라 땅도 여물었다. 그곳에 아이들이 발소리를 내며 드나들었고, 땅을 일구고 씨앗과 모종을 심었다. 상추, 부추, 쑥갓, 감자 등을 심어놓고, 호기심 많은 해님반 아이들(4살)은 작은 씨앗에서 어떤 싹이 나올지 말이 많았다.
“이 씨앗에서 뭐가 나올까 궁금하다 그치? 근데 너희들 안에도 씨앗이 있어. 마음씨 말이야. 그 씨앗은 어떻게 자랄까, 더 궁금해요. 씨앗을 심고 다독다독 잘 자라라고 하듯이, 너희 속에 있는 마음씨도 잘 가꿔줘야 해요~.
“네~” 씩씩하게 대답하는 아이들과 가문 날에 물을 주며 “쑥쑥 자라라, 잘 자라라” 주문을 걸었다.
아이들은 물주기를 참 잘 한다. 제법 무거운 물 조리개를 들고 여러 번을 오가며 물을 주기를 재미있는 놀이처럼 한다. 마른 땅이 촉촉해 지기도 전에 옷이 먼저 젖었지만 금방 금방 물을 삼켜 버리는 땅에 아이들은 열심히 물을 주었다. 그런데 물을 주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잡초와 채소를 구분하지 않는다. 잡초라고 꼭 집어 일러주어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푸른 잎사귀라면 누구에게라도 물을 준다. 잡초란 어른들이 구분해 둔 것일 뿐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 덕분에 채소들과 풀들이 함께 자라고 있었다.
완두콩이야기 ―
완두콩이 제일 먼저 싹을 틔워 넝쿨이 제법 뻗어나갔다. 제 자리에 옮겨줄 때가 되었다 싶어서 아이들과 모종 옮기기를 하는데 넝쿨이 서로 얽혀 있는 것을 본 한 아이가 “넝쿨이 손잡고 있어요.” 하고 소리친다. 아하, 그렇구나. 그래 사이가 좋구나. 서로 서로 도우며 자란다, 그치! 아이들 덕분에 손을 내민 넝쿨들을 발견한다. 여러 번 지나다녔지만 손잡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아이들의 손길로 완두콩은 힘써 자라났지만 너무 가물어서 키를 쑥쑥 키워 올리지는 못했다. 아이 종아리만큼 자라던 완두콩은 시간이 자나자 꼬투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작은 몸으로도 열매를 만들고 오동통 살이 오르게 하느라 애쓰고 있었다. 생명의 원초적 소명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경이롭기까지 했다. 꼬투리에 알이 차서 무거워지자 키 작은 줄기는 허리가 굽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끝내 콩알을 맺어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씩씩한 완두콩한테 큰 박수를 보냈다. “고마워, 완두콩아!”
잡초이야기 ―
6월이 되면서 날이 더워지자 잡초가 채소들을 앞질러 자라나기 시작했다. 조금씩 잡초 뽑기를 했다. 하늘 반(7세), 은하수반(6세) 아이들과 잡초를 뽑아줘야 농작물이 자라고 싶은 만큼 자랄 수 있다고 열심히 뽑자했다. 고구마 밭고랑을 한 줄 기차로 오가며 아이들이 도투라지(명아주)를 뽑는다. 더러는 고구마줄기도 잡초라고 뽑아내기도 하면서.
혹시 마음속에도 뽑아버리고 싶은 잡초가 있냐고 물어본다. 내가 갖고 싶은 마음이 아닌데 자꾸 생겨나는 마음이 있냐고, 나는 그런 마음이 많은데, 밭에 있는 잡초처럼 쉽게 뽑혀지지 않는다고 고백을 한다.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중얼중얼 거리며 아이들 뒤를 따라 잡초를 뽑았다.
4월부터 시작한 작은 농부들 텃밭 가꾸기는 7월이 되면서 수확을 했다. 감자는 알사탕만한 것들이 조랑조랑 매달려 나왔고, 옥수수는 숭숭 알이 덜 찬 채로 거둬들였다. 옥수수 대도 먹을 수 있다고 나의 어릴 적 경험을 이야기 해주며 아이들과 껌처럼 꼭꼭 옥수수 대를 씹었다. 방울토마토는 아이들이 올 때마다 따먹을 수 있을 만큼 매달렸다. 기대를 안 했던 고추는 제법 튼실하게 많이 매달렸다. 따서 맛도 보고 냄새도 맡고 한웅큼씩 따서 엄마 아빠한테 갖다 준다고 따로 챙겨갔다. 작은 농부들의 가문 밭에 물주기와 잡초 뽑기, 알뜰한 응원 덕분에 긴가뭄에도 그 만큼의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조금씩 텃밭 가꾸기를 배워가고 있다. ‘땅심’을 살리지도 않고 씨앗을 심어놓고 물만 주면서 잘 자라라 주문을 걸었던 시행착오를, 들깨를 심을 즈음에는 잘 삭혀진 부엽토도 뿌리고, 방앗간에서 얻어온 왕겨도 뿌려서 땅을 먼저 돋우는 지혜를 얻었다. 작은 농부님들도 물 조리개를 들고 땀을 흘리며 물을 주던 그 마음과 몸짓으로 ‘마음 심’이 키워졌기를 바라면서 씩씩한 작은 농부님들과 가을밭에서는 또 무엇을 배우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