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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r 19. 2018

근대한국 개벽종교를 공공하다

 


1. 대전환의 시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상황을 두고, “세계가 성공하지 못했던 대전환의 길”이 전개되고 있으며, “우리가 성공해 낸다면 세계사적인 변화가 우리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넘어, 종전선언과 항구적인 평화체제의 구축은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역학구도, 그리고 미일중러로 대표되는 세계 모든 나라의 정치적 역학관계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동력이 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만의 역량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일중러 모두 자국 내의 정치상황과 국제적인 역학관계로 인하여 남북이 주도하며 전개되는 한반도 상황에 최소한 형식적으로라도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이 세계의 운명이 ‘대전환’을 시작하여, 새로운 문명의 단계로 진전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은 150여 년 전 창도(創道)된 동학과 그 이후의 증산교, 대종교, 원불교 등 ‘한국근대 개벽종교’들이 그 효시라고 할 수 있다.     



2. 대전환과 개벽운동      

동학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는 시천주(侍天主), 보국안민(輔國安民), 유무상자(有無相資) 등의 사상과 실천으로 대전환에 직면한 민중들을 각성시켰고, 동학농민혁명과 천도교에 의한 3.1운동 등을 통해 개벽세상에의 전망이 빛을 잃지 않도록 계승하여 왔다.


강증산의 증산교는 동학농민혁명을 겪으며 선천시대 내내 쌓이고 쌓인 원한을 풀어내지 않고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전망 아래 ‘천지공사’를 통해, 그리고 민중을 옭아매는 기제로 작동하는 ‘시스템’과의 결별을 통해 민중 세상으로의 길을 열어나갔다. 


대종교는 국권 상실로 절망에 처한 한반도의 민중들에게 우리 민족이 수천 년의 역사적 연원을 가진 천손민족(天孫民族)임을 주지시키는 한편 수전병행(修戰竝行)의 가르침으로서 희망의 끈을 잃지 않도록 하면서 민족독립운동의 핵심적인 사상과 동력을 제공하였다.


원불교는 이러한 모든 개벽적 전망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표어로 귀납하여, 식민지로부터의 이탈은 물론 물질 중심 문명의 극한점에서 정신 중심 문명으로의 도약을 통한 참 문명 건설에 매진하는 개벽운동의 새 전범을 구축하였다.      



3. 한국근대 개벽종교와 공공성 구축     

세계사적인 지평에서 ‘근대화’라는 역사 발전 단계를 거치는 동안 전개된 한국근대 개벽종교들의 이러한 운동은 단지 ‘좁은 의미의 보국안민(輔國安民)’이 지향하는 바, 한국사회나 한(韓)민족만의 해방과 개벽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그 시기에 한민족의 종교적인 천재(天才), 사상적인 선구자들은 전 지구촌 차원으로 확장된 서구근대문명에 도사린 한계를 직관적으로 체득하고, 문명사적으로 도약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혹은 이미 시작되었음을 깨달았고, 이를 선포했다. 


지난 150년 동안의 한국사회의 끊임없는 민족운동의 저변에는 바로 이러한 깨달음에서부터 비롯된, 포기하거나 절망할 수 없는 정의롭고 선한나라, 아름답고 행복한 나라로의 전진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2017년 버전이 바로 ‘촛불혁명’이었다.


촛불혁명은 그 자체가 완성이나 종국이 아니라, 바로 그로부터 탄생된 문재인 정부를 매개로 하여, 바로 지금 우리가 눈앞에 보고 있는 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그리고 전 세계적 차원의 신시대로의 도약으로 귀결되고 있다.     



4. 지체된 근대/산업/민주/선진화와 대전환      

한국사회의 최근 움직임들을 ‘대전환’이나 ‘개벽’이라는 패러다임(창)으로 진단하고 전망하는 것은 아전인수인가? 


나아가 이것이 ‘교단종교’로서의 동학(천도교)이나 증산교, 대종교, 원불교 차원의 공공하기의 결실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종교편향적’인가?


통일민족국가의 건설 내지 주변강대국으로부터 자주적인 민족국가의 건설운동 즉 한반도 운전자론이나, 최근의 ‘미투운동’이라는 사회적 인권의식의 ‘정상화’ 운동은 서구사회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달성한 기초적인 것을 추구하는 철지난 숙제하기에 불과한가?


한국/한반도 차원에서 지체(遲滯)된 근대/산업/민주/선진화를 달성하는 것이 한국/한반도 지평을 넘어 세계사적인 의의/성과로 확장/확산된다는 것은 근거가 있는 전망인가? 


그리고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우리(한국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근대한국의 개벽종교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어떻게 답할 수 있는가? 


그 해답은 지금 여기를 넘어 ‘내일’ 그리고 ‘그곳(세계 각국 각 곳)’에서도 유효하고 유의미한 답이 될 수 있는가? [최근 일본의 아베 퇴진 시민운동의 일각에서 ‘촛불혁명’을 배우자는 담론이 일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전망이다. 일찍이 한반도의 3.1운동은 중국의 5.4운동을 거쳐 인도의 독립운동에까지 그 영향을 끼친 바 있다.]  

   


5. 촛불혁명 이후의 개벽운동 – 공공하기      


2016-2017의 촛불혁명이 동학 이래의 개벽운동의 결실이라면, 촛불혁명 이후의 개벽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하는가?  이 책은 ‘공공하기’가 그 해답이라는 암시를 준다.


‘개벽종교’라는 집합명사 속에 담기는 종교들의 교리와 역사, 철학과 제도, 사상과 운동을  ‘공공하기’라는 패러다임으로 재조명하고, 우리나라는 물론 그리고 인류사회가 직면한 과제에 대한 해답을 그 속에서 찾아보려는 작업은 앞으로 6년 동안 “종교와 공공성 총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 책은


동학과 그 이후의 증산교, 대종교, 원불교 등 근대한국 개벽종교한국사회의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사상, 종교, 정치사회, 문화, 교육의 전 부문에서 개벽운동을 추동해 간 역사적 과정을 ‘공공하다’라는 측면에서 재조명하기 위하여 공공성의 의미, 종교와 공공성의 관계, 그리고 한국 신종교-개벽종교의 공공성의 특징을 논구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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