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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y 11. 2018

기 념 사

-제124주년 황토현 동학농민혁명 전승기념식 

천도교는 매년 5월 11일 오전 11시, 전북 정읍의 황토현 동학혁명승전기념탑 앞에서 '동학농민혁명전승기념식'을 거행한다. 이 행사에는 전국의 천도교인은 물론 정읍시장을 비롯한 원근 각지의 동학시민, 동학농민혁명 유족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다. 

기념식은 천도교 의절에 따라 진행되면, 천도교 교령의 기념사와 내외 귀빈의 축사 등으로 진행된다. 

이정희 교령은 기념사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에 좌절된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정신이 한민족의 민족운동, 민주화운동으로 면면히 계승되어 왔으며, 그 정신이 최근의 남북 정상회담으로까지 꽃핀 것이라고 강조하며, 남북의 동학 후예들(천도교인)이 다가오는 통일시대를 후천개벽의 동학정신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하였다. 


다음은 올해 발표된 천도교 교령의 기념사이다. 


제124주년 황토현 동학농민혁명 전승기념식 

 

기 념 사 


천도교 교령 이정희


모시고 안녕하십니까?


오늘 제124주년 황토현 동학농민혁명 전승기념식에 함께해 주신 천도교인 여러분, 김용만 정읍시장 권한대행님과 정읍시민 여러분, 이승우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이기곤 동학농민혁명유족회 회장님과 유족분들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근대 역사, 민주정치의 위대한 출발점이라고 할 이곳 황토현은 우리가 세계에 자랑하고, 후손 만대에 길이 계승해 나갈 동학농민혁명의 상징적인 전승지입니다. 오직 통치의 대상이기만 하던 이 땅의 백성들은 1860년 창도된 동학을 만나 사람이 곧 한울님을 모신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동학농민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의 횃불을 들어 1894년 갑오년 5월 11일, 이곳 황토현에서 관군을 격파하고 대대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동학농민혁명군으로 거듭났습니다.


황토현에서 번져나간 혁명의 횃불은 장성의 황룡 승전을 딛고 도약하여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경기도, 황해도, 평안도의 전국 팔도를 풍미하였습니다. 전주성 무혈입성으로 1차적인 혁명을 완수하고, 국제정세를 관망하던 동학농민군은 일본의 한반도 침탈에 결연히 맞서 궐기하였던 제2차 동학농민혁명을 전개하였습니다. 우금티에서 시작된 처절한 패전의 시간을 지나 동학농민혁명의 거대한 불길은 시산혈해의 희생을 치르며 사그라드는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곳 황토현에서 불타오른 동학농민혁명은 결코 갑오년 한때의 궐기로 그치지 않고, 갑진년의 개화혁신운동, 기미년의 독립만세운동, 그리고 일제강점기 내내 지속된 독립투쟁과 분단 이후의 민족통일운동, 그리고 민주화운동으로 면면히 계승되어 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천도교인, 그리고 동학시민여러분!


우리는 지난 4월 24일, 서울의 중심지인 종로 네 거리에 전봉준 장군의 동상이 굳건히 세워지는 감격스런 현장에 함께하였습니다. 이는 실로 동학농민혁명이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그 정신을 이어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광경이며, 동학농민혁명 124년의 역사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기념비적인 대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그 자리에서 세상 사람들을 주시하는 전봉준 장군의 눈빛을 보면서, 이제야말로 동학농민혁명 제2단계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사흘 뒤, 우리는 피맺힌 남북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과 북의 두 정상이 굳게 손을 맞잡고 한반도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는 장면을 지켜보았습니다. 남과 북의 국민과 인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언론, 그리고 눈과 귀가 열린 모든 세계시민들이 그 자연을 보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바야흐로, 한반도 시대가 개막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나의 핏줄임을, 비핵화를 기점으로 하는 평화의 물결이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퍼져나가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물론 인류평화의 신시대가 개막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가 전율하고, 감격스럽게 느꼈던 것은 저는 그 장면 장면마다 전봉준 장군, 손병희 통령을 비롯한 동학농민군들의 모습이 함께 비쳐 오는 것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우리 눈앞에 전개되는 이 통일 시대, 평화 세계로의 전진, 그리고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이 광경이 바로 1860년의 동학 창도와 1894년의 동학농민혁명으로부터 시작된 대장정의 결실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오늘 이 시간까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와 사상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하여 노력해 오신 천도교인과 동학시민 모두의 노력의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천도교인, 그리고 동학시민 여러분!


동학농민혁명의 외적인 성취가 이렇게 결실을 맺고 있는 시점에 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지 않습니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의 제정, 그리고 통일한반도 시대의 국가적 국민적 공통이념이라고 할 동학혁명 정신의 헌법전문에 반영하는 일, 또 동학농민혁명참여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현실에 부합되게 개정하는 일 등이 그것입니다. 또한 동학농민혁명의 근본이념인 동학사상의 혁명성은 물론 인류 보편의 생명존중, 평화애호, 상생상화의 이념을 밝게 드러내어 우리 근대사의 출발점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러한 내적인 과제들을 해결하면서, 새롭게 열리는 남북교류협력시대에 천도교와 전국의 동학시민들이 앞장서서 동학농민혁명의 남북 공동행사와 조사사업, 상호방문과 답사 등을 전개해 나가는 것도 시급히 준비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때에 비로소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와 세계화와 미래화는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전개될 남과 북의 통일이 단순히 분단 이전으로 회귀하는 일이 되거나 남과 북에 존재하는 부조리와 부패를 온존한 채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일찍이 동학농민혁명에서 제창되었듯이 보국안민 광제창생과 척왜양창의의 정신을 온전히 계승하여, 우리의 통일이 지난 70여년의 분단사에서 치러야 했던 민족적 고통과 손실을 정신적 물질적으로 만회하는 기회가 되도록 하는 것만이 진정한, 그리고 바람직한 통일의 길이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북측의 조선천도교중앙지도위원회에 시급히 실무자 협의를 시작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상호 방문을 실현할 것을 다시 한 번 제안합니다. 


천도교인 여러분, 전국의 동학 시민 여러분! 그리고 북녘의 동학 천도교 동덕 여러분!


오늘 다시, 동학농민혁명의 위대한 전승지 황토현 정상에서 동학농민혁명군들의 성령을 마음속에 모시고, 이제 간절한 바람이나 기도만이 아닌 눈앞의 현실로서, 당장에 실행해야 할 과업으로서 동학농민군들이 꿈꾸던, 사람이 곧 한울인 세상, 사람을 한울님처럼 섬기는 세상,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후천개벽의 새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 드립니다. 


우리가 마음을 하나로 하고, 뜻을 모아, 발걸음 맞춰 가는 그 길이 곧 미래의 동학농민혁명 역사가 될 것입니다. 그 길에서, 그 언덕에서, 그 고갯마루에서 우리 모두 서로서 섬기는 동사(同事)가 되고, 서로 의지하는 동지(同志)가 되고, 서로 믿고 함께하는 동덕(同德)이 되어 후천개벽의 새 세상을 만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포덕 159(2018)년 5월 11일


천도교 교령 이정희 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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