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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y 16. 2018

한반도 평화의 봄, 누구의 것인가?

[개벽신문 제73호, 2018년 4월호] 길모퉁이

윤 창 원 | 서울디지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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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빴던 지난 4개월을 돌이켜보자.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미국의 전략자산배치 중단 등을 요구하며, 전격적으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및 남북교류 확대 의사를 표명하였다. 평창올림픽 개막일인 2월 9일부터 2월 11일까지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단장)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등 22명으로 구성된 북한고위급대표단이 방한했다. 평창올림픽 폐막일인 2월 25일부터 2월 27일까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다시 파견했다. 


이후, 우리 정부는 특별사절단을 평양에 보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4월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 정상간 핫라인(Hot Line) 설치,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 표명, 대화 지속 기간동안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등을 합의하고,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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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4월 27일 이후 우리나라의 역사는 미증유의 신세계로 전진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그리 순탄치가 않다. 평창올림픽 남·북한 개막식 공동입장, 한반도기 사용 합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등에 대하여 세대·이념 간 남남갈등이 표출되기도 하였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관련하여 2030세대에서 ‘부정적 인식’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2030세대는 남북단일팀 구성으로 기존 한국 대표선수들의 출전기회가 박탈됐다고 인식하고, 이를 둘러싼 이견이 표출 되었고 북한의 태도 변화와 남북한 화해ㆍ협력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리 평가하는 진영 논리 또한 여전하다.


남북관계를 둘러싼 한국사회 내부의 갈등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 선결적으로 대응해 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과 흐름을 같이하여 증대된 국민 참여의식을 대북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강화해 나가야한다.


민주화, 촛불운동 등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요구는 더욱 다양해지고 그 표현방식도 급속도로 다양화되고 있다. 사회적 이슈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의견을 제출하고 논의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고 앞으로 그 욕구는 더욱 증대 될 것이다.


공론의 장이 만들어지고, 국민청원 문화가 활성화되는 등 국가정책을 제안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국민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고 있고 정부 부처와 청와대도 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 진행되는 정부당국 중심의 통일논의 속에 생활현장 중심의 평화·번영 공감대 조성을 해나가기 위한 정책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세대·이념·성별 간 이견과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 분위기를 국민들 스스로 조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위해 남북관계 주요 이슈에 대한 일상적 대화 문화 활성화, 형식, 규모,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소통의 장 마련, 온·오프라인 이원화 방식의 의견표출 및 수렴 등의 과정 전개 등의 방법으로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수립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방식의 통일운동을 통해 통일·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높여 나가야 한다.


또한 ‘국민중심의 정책 건의’ 기회를 활성화함으로써 대북정책 형성 과정에서 의견수렴 기회 확대를 기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어 있는 ‘통일국민협약’ 추진을 통해 국민 통일여론 지속 수렴해 나가야 할 것이다. 통일국민협약 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과정을 통해 지역과 계층을 넘어서 범국민적으로 여론을 수렴하고 통일공감대를 확산해 나가기 위한 방안인데 최근 ‘통일을 위한 약속’의 형태로 추진해 나가기 위하여 준비 중이다.


남남갈등 등 사회적 고비용 구조 해소와 대북정책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이른바 ‘통일을 위한 약속’ 추진에 대해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고 약속이나 협약의 결과를 도출하는데 집착하기 보다는, 통일문제에 관한 인식차를 확인하고 토론하면서, 공감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해나가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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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 상황에 대한 정보공유 및 대국민 소통 노력을 지속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높은 국민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대북 제재 동참 필요성을 감안할 때 당장은 본격적인 교류 협력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예상된다. 남북대화 국면이 조성되고 있지만 순수 민간교류 수준의 교류협력에도 여전히 제약조건이 많은 것이 현실이기에 우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집중하고, 또 그 이후에는 후속 당국 간 회담을 계속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민간교류를 당장 재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인도적 지원, 사회문화 분야의 민간교류, 경제협력 등은 실질적으로 내년부터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본격적인 교류에 선행하여, 그동안 교류 경험이 비교적 풍부한 종교인 교류를 비롯하여 교류 전반의 분위기를 살피는 예비적 접촉이 빈번해질 것이다. 따라서 올해는 연쇄 정상회담과 후속 당국간 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변화된 북한의 정책과 상황에 대한 연구와 이해, 중장기적인 사회문화교류의 기획과 준비과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와 후속방향 모색을 위해 초당적 대북정책 수립을 위한 ‘여야정 협의기구’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및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여야정 대북정책 협의기구를 설치, 운영하며 초당적 대북정책 협의기구를 국회 입법으로 설치, 운영함으로써 통일·대북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적인 남북관계 발전의 동력을 확보하고 상호 이해와 포용이라는 관점에서 내적 갈등 해결 메커니즘을 미리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안정화될 경우 ‘남북화해위원회’ 구성도 고려해 볼만하고, 이 차원에서 남북의 인식 차이를 좁혀나가기 위해 과거와 다른 형태의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남북 상호간 화해의 입장에서 사회, 문화 등의 차이를 살펴보고 그동안 역사적으로 이어왔던 갈등과 대립의 남북관계를 극복하기 위한 화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남북한의 이질적이고 다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상호 이해와 포용이라는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동서독 통일 이후 사회문화적 갈등으로 인해 소요되는 갈등 비용과 사회체제 혼란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는 사전에 ‘오랫동안 이질화되어 왔던 두 체제’의 만남에서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들을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통일을 ‘희망사항’이 아니라, 실사구시적으로 준비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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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주인이 무릇 주인 된 도리를 하지 못한다면 한반도는 빈 껍질이 될 것이고 주인으로 올바로 나선다면 대륙과 해양,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화해하는 접점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이다. 한반도로 스며드는 평화의 봄, 우리가 주인으로 맞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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