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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n 23. 2018

어린 아이를 대접하는 날

서울역사박물관, 「방정환과 어린이날」 전시회 후기

[개벽신문 제74호, 2018년 5월호] 취재수첩 

박 현 지 | 본지 명예기자



서울역사박물관에 들어서며

2018년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로비전시 중인「 방정환과 어린이날」을 관람하기 위해 갑니다. 광화문역 8번 출구로 나와 잠시 걷다 보면, 높은 빌딩들 사이에서 어디선가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단체 소풍이라도 나온 것인지, 박물관 앞 광장엔 어린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습니다.


박물관에 입장 시 바로 왼쪽 로비에「 방정환과 어린이날」 전시장이 눈에 띕니다. 전시장 내부에 들어서면 방정환의 <1930년 1월의 글>로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 누르지 말자.

삼십 년 사십 년 뒤진 옛 사람이 삼십 년 사십 년 앞 사람을 잡아 끌지 말자.

낡은 사람은 새 사람을 위하고 떠 받쳐서만 그들의 뒤를 따라서먼

그들의 뒤를 따라서만 밝은 데로 나아갈 수 있고

새로워질 수가 있고 무덤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매년 5월 5일이 되면 어린이들은 즐거운 얼굴로 선물을 받거나, 부모님 손을

잡고 놀러가곤 합니다. 전국 각지에서는 어린이날을 기념하며 각종 행사가 진행

되고,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이라는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이런 모습

을 당연하다 여길 것입니다.



그러나, 어린이날은 당연히 있던 것이 아니다

전시관 내부가 아닌, 카페 방향 쪽 벽면을 먼저 보게 되면 ‘어린이날’이 생기던 때에 얽힌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약 100여 년 전에는 ‘어린이’라는 용어조차도 우리나라에 없었습니다. 용어가 없는 것은, 그 개념이 없었음을 의미합니다. 당시 아이는 어른의 소유물로 여겨졌으며 인격을 가진 존재로 대접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방정환은 1921년 5월 1일, 천도교 교인들의 자녀들로 천도교소년회를 설립합니다. 그로부터 1년 후,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어린이날’을 선포합니다. “씩씩하고 참된 소년이 됩시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며 도와갑시다”라고 외치며, 어린이를 민족의 희망,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자 하는 소년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합니다. 그 시작은 어린이를 애녀석, 어린애, 아해놈이라 부르지 않고 ‘늙은이’, ‘젊은이’와 대등한 의미인 ‘어린이’로 높여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날 행사는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되었는데 아침 10시에 어린이들이 시내를 돌며 선전지를 나누어 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기념축하식은 오후 3시에 천도교당에서 열렸고, 오색풍선 날리기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어린이 한 명에 하나씩 풍선을 받아 자신의 주소와 이름을 적은 종이를 매달아 일제히 그 풍선을 하늘로 날렸습니다. 하늘이 오색으로 물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까지 어린이날을 기뻐하고 즐기고자 동화극 공연, 음악연주 등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어린이 날은 생겨났습니다.


외부 벽면을 따라 전시관 내부로 들어서면, 전시를 열게 된 이유와 소파 방정환에 대한 소개가 우선 눈에 띕니다. 방정환이 1899년 서울 야주개에서 태어나 1931년 생을 마감하기까지가, 연표와 사진 자료들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방정환은 33세라는 짧은 생애 동안, 민족의 앞날의 희망을 어린이에게 걸며 어린이의 행복을 위해 일생을 바쳤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색동회와 공동주최로 역사 속 방정환의 글이나, 지난 어린이날 행사 사진, 소년운동 전단지 등 그 당시를 느낄 수 있는 역사적인 자료들이 많이 전시되었습니다. 덕분에 좀 더 생동감 있게 과거의 어린이날을 접하고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보아 주시오.

어린이를 가까이 하시어 자주 이야기하여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자세 타일러 주시오.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한 놀이터와 기계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이발이나 목욕, 의복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여 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산보와 원족(소풍)같은 것을 가끔가끔 시켜 주시오.

대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방정환이 1923년 작성한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은 지금 읽어보면, 주변에 당연하다시피 갖춰진 것도 있고, 알고 있음에도 충분히 아이들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 아이들이 누리는 권리들이 당연하지 않고, 어른들이 이를 지켜주기 위해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소파 방정환에 대한 연표들을 지나쳐 오면, 색동회와 잡지『 어린이』에 얽힌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를 독자로 하는 최초의 잡지입니다.

동시, 탐정소설, 만화, 장난감 만드는 법 등 다양한 글을 수록되었고, 독자 대상 ‘글뽑기’를 통해 많은 동요 작곡가 및 아동 문학가 등이 배출되었습니다. 방정환의 생애에 걸쳐서 했던 이 모든 소년운동의 이유는 어린이가 나라의 미래라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총을 들어 나라를 지키는 것만이 아닌 나라의 미래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였겠지요.


어린이들에게도 인권이 있다.

인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권리로 어린이들에게도 인권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돌보기 어렵고 혼자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이를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부모의 판단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의 소유물 또는 통제할 수 있는 존재로 취급받곤 합니다.


어린이날은 이 어린이의 인권을 소중히 여기고, 어린이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입니다. 어른들은 단순히 선물을 주는 날이 아니라,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했었는지 생각해보고, 아이들은 어린이 인권이 무엇인지, 이를 존중받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워보는 시간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역사박물관, “방정환과 어린이날” 전시회 안내

□□ 기간: 5월 1일(토)~6월 3일(일)
□□ 장소: 박물관 1층 로비
□□ 주최: 서울역사박물관 , (사)색동회 (공동주최)

2018년 어린이날 기념하여 로비 전시「 방정환과 어린이날」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이의 행복을 위해 일생을 바친 방정환의 삶과 그가 만든 ‘어린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고자 합니다. (사)색동회와 함께하는 이번 전시에서 동화구연 행사를 마련하였습니다. 야외데크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박물관을 찾는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색동회, “동화구연 행사”

□□ 5월 5일 (토) 12:00~1:00, 진행 : 이선정, 정영희, 김경아
<어린이날 특집 동극 공연>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 배불뚝이 덩치

□□ 5월12일 (토) 12:00~12:30, 진행 : 최헌, 김강정
<동화구연, 마술> 내 모습 이대로가 좋아

□□ 5월19일 (토) 12:00~12:30, 진행 : 이민영, 이수미
<움직이는 동화(패널시어터)> 방귀쟁이 며느리

□□ 5월 26일 (토) 12:00~12:30, 진행 : 주경선, 이계연, 신윤미
<테이블 인형극> 아기돼지 삼남매


(사)색동회, “방정환과 어린이날” 상시전시

□□ 기간: 5. 1.(토)~6. 3.(일)

□□ 장소: 천도교대교당 15층 , (사)색동회 1층 로비

□□ 주최: 천도교

어린이날을 창시한 소파 방정환 선생님은 천도교인이었으며, 천도교 3세 교조인 의암 손병희 성사님의 사위이기도 했습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님은 ‘ 천도교소년회’를 발족시키고 본격적인 어린이운동을 전개하였으며 1922년 우리나라 최초로 ‘ 어린이날’을 선포합니다. 이를 기념하고 기록하는 방정환 어린이도서관에서 상시 “방정환과 어린이날” 전시를 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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