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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Aug 03. 2018

충북동학농민혁명과 제노사이드를 재조명하다

북실진달래, 살아서 다시 피어

“본시 진달래는 그냥 지천으로 피는 꽃이 아녀. 진달래는 말여, 두견새가 밤새도록 울다 지쳐 새벽녘에 피를 토하면, 그 피 흘린 자리에 피는 꽃이라는겨.”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노창호 작, 극단 놀이패 열림터의 공연이었던 <북실진달래>의 대사 중 한 부분이다.


지난 6월 29일 청주에서 ‘충북동학농민혁명과 제노사이드’라는 주제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개벽신문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삼일공원에서 열린 <플래시 몹 : 우리가 3·1정신을 기억하는 방식>을 시작으로 심포지엄, 이야기마당 등으로 이어진 이날 행사에 동행취재를 다녀왔다. 뜨거운 햇볕 아래 삼일공원, 그리고 전교조충북지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북의 동학농민혁명과 3·1운동의 가치를 되새기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플래시 몹 : 우리가 3·1정신을 기억하는 방식


삼일공원은 청주의 중심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1980년 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로 3·1운동 민족 대표 33인 중 충북 출신 다섯 명의 독립운동정신을 기리고자 충청북도에서 동상을 건립하고 기념공원으로 조성하였다. 민족대표의 동상 옆 항일독립운동기념탑에는 충북 지역 항일 독립운동가 513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오전 11시, 이곳 삼일공원에서 사전행사인 <플래시 몹 : 우리가 3·1정신을 기억하는 방식>을 시작했다. 전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권도경, 김선영, 조서연, 양혜경, 김근호 등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이를 지켜보기 위해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임락경 시골교회 목사, 유초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 김태종 삶터교회 목사 등 오후에 예정되어 있던 <사진 영상전 : 따뜻한 인터뷰>의 주인공들도 귀한 발걸음으로 현장을 찾았다.


이날 퍼포먼스는 동학에서 시작되어 삼일운동으로 이어져 간 근현대사의 연결고리를 재조명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충북 땅은 동학과 삼일운동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역이다.


함께한 아티스트들은 행사 현수막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충북동학농민혁명과 제노사이드’, ‘북실진달래, 살아서 다시 피어’ 라는 글씨를 두 장의 광목천에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넋전춤을 추는 양혜경 아티스트는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의 제자이다. 그는 “선생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보은에서 보았던, 유난히 붉던 북실진달래를 생각하며, 또 여기 동상으로서 계신 분들을 기억하며 춤을 췄어요.”라는 말로 뜻을 함께했다. 본지에서 인터뷰를 통해 찾아뵈었던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은 현재 거동이 불편하시지만 여전

히 사라져가고 잊혀진 우리 문화의 발자취를 연구하고 있다.


권도경 작가는 “민족대표 33인 중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충북 출신이라는 것을 몰랐어요. 사실 민족대표 33인 하면 의암 손병희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죠. 33인이라는 숫자가 많은 숫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저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에는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 말고도 일반 시민들과도 함께 뭔가를 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이날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조서연 작가는 “청년 세대로서,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남겨야 할까를 고민할 때 문화적인 측면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넋전춤(양혜경)


심포지엄 <충북동학농민혁명과 제노사이드>

오후 2시부터 전교조 충북지부 대회의실에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심포지엄에 앞서 1994년 극단 놀이패 열림터의 공연, 노창호 작품 <북실진달래> 당시 강노인 역할을 맡았던 배우 서동율이 강노인의 독백 부분을 낭독하였다. 이날 들었던 그의 목소리와 숨소리가 절절하게 가슴에 스며들어 24년 전의 청년 배우 서동율로부터 강노인, 강노인으로부터 120여 년 전 어느 골짜기에 울려 퍼진 소리없는 처절한 절규를 듣는 것만 같았다.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은 격려사를 통해 “이제 여러분들 덕에 정말 우리가 함께 사는 느낌입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뒷줄에서라도 절뚝거리면서라도 따라가겠습니다. 잘들 노시오.”라고 말하고 이날 은빛순례단 일정에 참여하기 위해 급히 서대전역으로 떠나셨다.


김태종 삶터교회 목사는 인사말에서 “19세기 말의 고민과 21세기 초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현실 안에서 확인되기 때문에 이런 자리가 필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이 자리가 어떤 흐름을 시작하는 샘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가 바라보는 앞길이 헤치고 넘고 건너며 가야 할 물길이며 그 물길의 끝에 평화, 상생, 공존, 행복 그 모든 것들이 담긴 바다가 아닌가 싶습니다. 같이 가면서 이 물줄기를 키워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심포지엄이 시작되었다.


채길순 명지전문대학 교수의 발제로 문을 열었다. 채 교수는 89년부터 3년간 충청북도의 역사적 사실을 연구하며 『동트는 산맥』이라는 장편소설을 연재했다. 이 작품은 여인 3대의 이야기를 통해 동학농민혁명과 일제시대, 그리고 보도연맹까지를 다룬 소설이다.


채길순 교수는 ‘충북 지역 제노사이드 개관 - 동학농민혁명에서 6·25전쟁 시기까지’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보은 북실 학살 사건, 그리고 충청도 국민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에 대해 발표했다. 충청북도에서 자행된 제노사이드 사건이라는 큰 틀에서 동학농민혁명 시기에 보은 북실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 사건을 비롯하여, 6·25전쟁 때 자행된 예비검속에 의한 국민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에 대한 내용이었다. 채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가권력에 의해 만들어지면서 화해의 몸짓은 이제서야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 줄 때 그 원혼을 달래는 진정한 화해의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글씨 퍼포먼스(권도경) 개벽신문



다음으로는 충북대학교 박걸순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박걸순 교수는 ‘충북 출신 3·1운동 민족대표의 독립사상’이라는 주제로 민족대표 33인 중 충북 출신 6인의 공판 기록을 통해 그들의 독립사상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독립운동 인명사전 편찬위원회 편찬위원, 한국근현대사학회 회장을 역임한 박걸순 교수는 최근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 강사 설민석의 민족대표 33인 명예훼손 소송 사건에 대한 언급으로 발제를 시작하며 내년 10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3·1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의 대표성에 대한 논란이 현재성을 지니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을 말했다. 박 교수는 “3·1운동은 독립을 거둬들이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심는 심정으로 해 나갔다.”고 밝히며 향후 민족대표 33인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말했다.



심포지엄 <충북동학농민혁명과 제노사이드>  채길순, 박걸순,



최인경 서울동학-최보따리인문포럼 상임이사는 ‘해월 최시형과 충북 동학’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 나갔다. 동학사상과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오해 또는 편견을 풀고 싶다고 말한 최 상임이사는 “오늘 우리가 촛불혁명과 함께 동학이 화두가 되고 있다고 말하며 동학의 가치는 죽임과 투쟁이 아닌, 조화와 공존의 ‘더불어 삶’을 위하여서는 필연적으로 개체생명으로서의 인식만이 아닌, 온생명과의 연관된 생명에의 관점을 취해야 한다. 그래서 동학이다.”라고 강조했다. 최인경 상임이사는 마지막으로 생태와 생명에 관한 해월의 고뇌를 되새기며 발표를 마쳤다. “새로운 세상이 열려지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가올 세상은 지극히 어지러워질 것이고, 그러므로 “천지도 편안치 못하고, 산천초목도 편안치 못하고, 강물의 고기도 편안치 못하고, 나는 새, 기는 짐승도 다 편안치 못하리니, 유독 사람만이 따스하게 입고 배부르게 먹으며 편안하게 도를 구하겠는가.”



심포지엄 <충북동학농민혁명과 제노사이드>,  최인경



마지막으로 글쓴이가 비영리법인 꽁비방스 대표 자격으로 ‘제노사이드 그리고 기록 말살’을 발표했다. 제노사이드(genocide)는 집단 학살(集團虐殺), 집단 살해(集團殺害)란 의미로 그리스어로 민족, 종족, 인종을 뜻하는 Geno와 살인을 뜻하는 Cide를 합친 말이며, 고의적으로 혹은 제도적으로 민족, 종족, 인종, 종교 집단의 전체나 일부를 파괴하는 범죄를 일컫는다. 제노사이드는 집단의 구성원에 대한 살해 또는 집단 살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위해, 생활 조건 압박, 집단의 미래를 강제적으로 막는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글쓴이는 주제 발표를 마치고 “충북 동학농민혁명과 제노사이드를 함께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낼까, 너무 가슴 아프고 슬픈 이야기입니다. 슬퍼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청년들과 소통하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큰 무엇을 이룬다기보다는 이 일에 관심과 열정을 보탤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가치를 먼저 바라보겠습니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진-영상전 <따뜻한 인터뷰>

1부 심포지엄의 뜨거운 열기는 자연스럽게 2부로 넘어갔다. 지난 3년간 본지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인터뷰의 주인공들을 몇 분 모시고 이 시대 동학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첫 번째, 김성장 시인은 체게바라와 해월 최시형 선생을 함께 이야기하며 “해월 최시형은 체게바라를 능가하는 게릴라였다”라고 말했다. 동학은 민중들이 도왔기 때문에 이어질 수 있었다, 그 시대 동학을 통해 무엇을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자기 시대의 요구를 자기의 그릇에 담았던 것이며 우리가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김성장



두 번째 순서는 김태종-임락경, 두 어른에게 동학의 길을 묻는 자리였다. 김태종 목사는 동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내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는 한 민족의 자산이며, 그 정신과 실천이 지금 이 시대 미래를 향한 전망을 내다보고 열어가는 발자국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태종



“동학은 잘 모르지만 무엇이든 실천하는 삶을 살려고 했다”고 말하는 임락경 목사는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바람직한 사회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다. 이제 그런 사회가 온다.”고 말한 바 있다. 머리 쓰는 사람이 많을수록 나라는 어지럽게 되어 있다고. 슬프게도 과거에 나라를 위해 힘쓴 사람들은 다들 못 살았다고. 지금 우리는 바람직한 사회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임락경,



다음으로 충북대학교 유초하 명예교수의 말씀이 이어졌다. 유초하 선생은 동학은 이웃을 존중하며 남녀평등, 지역 갈등의 해소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주 형평은 사람과 사람, 아이와 어른, 여자와 남자, 병자와 건강인, 빈자와 부자, 사람과 하늘을 키워드로 내가 곧 하늘이며 하늘이 내 속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 그리하여 모든 것을 돌보고 질서를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형평과 평화, 조화, 모든 생명이 자기 위치로 흘러가도록 하는 것, 그것을 위한 투쟁 역시 동학이라고 말했다. 빛나는 영광이라도 말해도 좋을 승리를 동학을 통해 이룩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유초하



마지막으로 채길순, 전진택, 박달한 세 분을 모셔 이 시대의 동학을 실천하는 삶을 이야기했다.

지난 20년간 충북 보은에서 보은취회 행사를 처음 시작하고 현재까지 이어온 박달한 삶결두레 아사달 대표는 

“우리 민중들은 동학을 계속 실천해 왔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면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진택 남녘교회 목사는 일상에서의 동학에 대해, 지금 다투고 있는 사람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일이 벌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툼을 함께 넘어서기 위해 먼저 손 내밀고, 무릎 꿇고, 모시며 구체적으로 내 주변에 있는 사람과 이뤄내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에 많은 울림을 주었다. 현재 서 있는 자리에서 화해와 평화를 찾는 삶이 바로 동학이라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박달한


채길순 교수는 역사를 역사로 무겁게 여기지 않고 바로 옆에, 현재 있는 것부터 풀어 나아가는 것이 동학정신이라고 말한다. 촛불혁명 이후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한다. 역사는 우리에게 어떻게 하라는 것을 제시할 것이고 그 시대에 맞게 변화해 나가는 것이 동학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해월 최시형 선생은 많은 말씀을 하고 다니지 않으셨고 그분을 만나면 마주 앉아서 눈과 눈으로 대할 때, 교도들이 그냥 엎드렸다고 전해진다. 동학의 행동강령은 주변에 있다고 말한다. 지금 다툰 사람들이 서로 엎드려 화해할 때 동학이 완성되는 것임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전진택




2018꽁비방스 프로젝트 : 북실진달래, 살아서 다시 피어


‘과거와 미래를 잇는 오늘의 지식연대’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한 이 모임은 2017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사건과 제노사이드 심포지움을 시작으로 올해는 충북 청주에서 충북동학농민혁명과 제노사이드를 주제로 행사를 열었다. 역사를 통해 정체성 찾기 Finding ID, 기록말살 Damnatiomemoriae 등을 주제로 청년들과의 대화모임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한편 꽁비방스는 많은 사람들의 후원으로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들은 지속적 활동을 위해 후원단체 및 개인을 찾고 있다.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803-483399 예금주 꽁비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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