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통일걷기 - 민통선, 평화로 걷다’ 첫 번째 이야기
오마이컴퍼니는 사회적금융회사를 비전으로 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사회적 경제조직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조달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할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역량을 토대로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펀딩자금을 모으고 실행해 오기도 하였다. 대표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세월호기억팔찌캠페인’, 대한민국 청년들의 꿈을 응원한 ‘청년제주워킹홀리데이’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렇듯 오마이컴퍼니는 사회에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을 해 왔는데 얼마 전 ‘평화’를 주제로 한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하게 되어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프로젝트명은 “[2018 통일걷기] 민통선, 평화로 걷다”. 프로젝트는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6일까지 11박 12일간 진행되었다. 약 2주간의 일정 동안 평화를 이야기하며 걸었던 사람들의 기록이다. ‘평화’라고 하니 무언가 거창해 보이기도 하지만 프로젝트의 출발은 소소한 행복을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역사교육을 전공한 나는 일상생활사, 민주주의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홀로코스트로 대표되는 제노사이드와 전쟁의 참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끔찍하고 비극적인 경험을 하였고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련을 겪기도 하였다. 식민지의 삶, 전쟁, 학살, 민주화운동까지 그야말로 한국의 근현대사는 상처로 얼룩진 나날의 연속이었다. 우리가 과거에 비해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나는 우리 역사의 아픈 과거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좀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기에 앞서 ‘평화’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하면 쉽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이 가장 컸다. 한반도에서의 ‘평화’는 무엇인지, 우리 삶에서 ‘평화’란 어떤 의미인지, 또 개인에게 ‘평화’는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분단국가인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접 눈으로 바라보고 숨 쉬며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고, 한반도에서 전쟁의 아픔을 가장 몸소 경험할 수 있는 DMZ를 따라 걸어보기로 하였다.
한반도는 해방 후 소련과 미국의 신탁통치로 인해 38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갈라섰다. 한국전쟁 후엔 휴전선이 생기며 과거 38선과 지금의 휴전선 사이 당시의 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수많은 근현대사의 잔재가 남게 되었고 남과 북을 사이에 둔 군사지역인 DMZ는 한국전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었다. 세계는 냉전의 시대를 넘어 평화의 시대로 도약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지역인 한반도는 전쟁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고 아직까지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나는 분단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 방문하고 그곳에서 느낀 감정들을 기록해 나갔다. 그리고 올해 3월엔 오마이컴퍼니의 성진경 대표와 동두천나눔의집의 김현호 신부를 비롯해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파주로 떠났다. 우리는 4일간 함께하며 전쟁의 흔적 속에서 아픔을 공유하고 평화를 기원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안고 걸었다. [2018 통일걷기] 민통선, 평화로 걷다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리 일행은 파주 임진각에서 철원까지 걸으며 전쟁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을 경유했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부터 평화도서관, 적군묘지, 노동당사, 월정리역, 백마고지, 소이산 등 많은 곳들을 지나갔다. 하지만 꼭 이곳들을 지나치지 않더라도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지역이고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길을 따라 수없이 이어진 철책선과 붉은색 글자의 지뢰위험지역 안내판, 그리고 나라를 위해 고생하는 군인들의 모습들까지도. 걷는 도중엔 사격훈련을 하는지 귓가엔 수시로 총성이 크게 들려 왔다. 평화를 이야기하며 걸음을 재촉했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휴전상태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우리가 걸었던 일정 중 나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곳은 파주에 위치한 적군묘지라는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느낀 감정들이 막연했던 평화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을 정리해 주었다. 펜을 꺼내 ‘평화일기’ 라는 제목을 적고 글을 써내려 갔다. 향후 참가자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곳에서 내가 경험한 감정들을 공유하고 평화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평화일기
이곳은 파주에 위치한 적군묘지이다. 대한민국은 제네바 협약의 인도주의적 정책을 따라 한국전쟁 당시 우리의 ‘적’이었던 병사들의 시신을 이곳에 안장하였다. 유해 발굴 작업 중 발견된 북한군 및 중공군의 유해는 이곳에 묻히게 된다. 비록 적군이었지만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무명인들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묘한 기분이 든다.
아직 시들지 않은 꽃들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얼마 전 이곳을 찾아 그들의 넋을 위로한 듯하다. 그들의 죽음은 대한민국에게 자유 민주주의를 안겨다 주었지만 그들도 누군가에겐 분명 소중한 가족이었을 것이다. 우리 국군장병 용사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하고 그들의 죽음에도 고개를 숙여 보았다.
무엇이 우리를 갈라 놓았으며, 이토록 슬프게 하였는지, 누구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정치와 이념을 넘어 모든 생명은 존엄하며 고귀하다. 인류는 농경사회를 맞이하며 계급과 차별, 권력을 만들어 냈다. 생산수단을 가진 자들은 없는 자들을 노예로 삼았고, 일부는 종교의 힘을 악용하여 그들을 지배하기도 하였다.
또한 제국주의 시대로 넘어오며 정치적 이념과 종교, 인종 갈등은 더 심해졌고 그 모든 불화는 전쟁의 씨앗이 되었다.
지금 우리는 제국주의 시대, 냉전의 시대를 넘어 자유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민족은 한국전쟁을 통해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임을 깊게 깨달았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평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평화는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내적인 자기만의 평화를 먼저 찾아가 보는 것도 평화를 향한 작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 2018.03.30. 적군묘지에서 -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4월 27일, 역사상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었다. 모든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안고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강조하였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메시지를 담은 판문점 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완전한 비핵화와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서로 노력하여 한반도를 지켜내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평화를 위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겠지만, 한반도가 분명 평화의 날을 맞이하고 있음은 분명 느낄 수 있었다. 한반도 통일과 평화의 시대는 지금의 기성세대보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청년세대, 그리고 그 미래세대가 중심이 될 것이다. 어른들의 역할은 평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밑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미래세대에게 소중한 자산을 물려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오마이컴퍼니에서는 미래세대, 청년들을 모집하여 우리가 경험한 것들을 녹아내고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기로 하였고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이인영 의원은 2017년에 한반도 평화를 바라며 통일걷기를 진행하였다. 이
인영 의원을 비롯한 비서관 보좌관등 의원실 식구들은 337km에 달하는 민통선길을 따라 긴 여정을 경험하였다. DMZ와 민통선은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자 누구나 쉽게 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다. 또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군사력에 의해 생태계가 경제적으로 보전된 생태계의 보고이다. 시간이 정지된 이곳은 우리에게 헤어짐의 장소이자 적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인영 의원은 이곳을 아픔의 길에서 ‘생명길’ 로 거듭나게 만들고자 하였다. 청년들에게 DMZ를 걸을 수 있는 기회와 체계적인 배움의 장을 마련해 주면 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그리하여 오마이컴퍼니는 이인영 의원실에서 준비하던 ‘2018 통일걷기’ 프로젝트에 합류하여 함께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참가자들이 본 프로젝트를 통해 단지 한반도의 평화뿐 아니라 12일간 공동체 생활을 하며 협력과 협동, 상호존중과 배려에 대한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더불어 속도 경쟁에 지친 청년들에게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를 바랐고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고민하였다.
‘2018 통일걷기’ 민통선, 평화로 걷다. 프로젝트에는 총 22명의 청년들이 함께하였고 12일간의 일정 동안 평화와 통일에 대한 청년 개개인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 호에서는 본 프로젝트의 자세한 내용과 청년들의 이야기들을 실어 이어 나가고자 한다.
* [2018 통일걷기] 프로젝트를 위해 기획단에서는 평화굿즈(팔찌, 라운드티)를 제작하였습니다. 평화굿즈 수익금은 향후 프로젝트 기획비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본 프로젝트와 평화굿즈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오마이컴퍼니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