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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Aug 09. 2018

일에 임하여 지극히 공공하라!

-동학공부 29


일에 임하여 지극히 공공하라!
...

1. 


해월 선생이 1890년 전후로 
"동학 부흥"이 일어나고 있는 전라도 지역을 순회 지도하고,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내놓은
통유십조(通喩十條)의 네 번째 조항은
일을 할 때는 지극히 공공하라[臨事至公]는 것입니다.
...

공공하기 위해서는 

공하여 정의로워야 하고,[公正]

공하여 사사로움을 멀리해야 하고, [至公無私] 

공하여 평등을 지향해야 합니다.[公平]
...
당시 동학에 몰려드는 민중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세계상이 바로 
이처럼 공공스러운 세상이었으되,

문제는 스스로 공공스럽기는 

지극히 어렵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

아마도, 급작스레 확장된 동학 교단(접조직) 내에서

일을 처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혹은 교인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났을 겁니다.

그래도 그렇지, "지극히 공공하라!"라는 원칙은

엊그제까지 필부필부였던 민중들이

당장의 행동수칙으로 삼기에는 버거운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통유십조는, 당장의 행동수칙이면서도, 또 한편 

동학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세계상/사회상이기도 하다고

오늘 아침, 다시 읽게 됩니다. 
...
한 사람이공공스럽기 위해서는
단 한사람의 의지와 역량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너'가 도와야 하고, '우리'가 도와야 하고
'세계'가 도와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
그러므로, 내가, 한때, 잠시, 공공스러웠다고 하여
자부하고, 자만하고, 자신하여 자족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내가, 한때라도 공공스럽지 못했다면
'너'를 탓하고, '우리'를 탓하고 '세상'을 탓할 일은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입니다만..)  

공공하기의 어려움은 바로 거기에서 비롯합니다.


2. 

돌이켜보면, 지금 여기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전생에 얼마마한 공덕을 쌓은 사람인가요? 
지금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내생에 얼마마한 빚을 지는 사람인가요?


지금 남으로부터 피해를 입는 사람은
전생에 얼마마한 악덕을 쌓은 사람인가요
지금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전생에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던 사람인가요?


어제는 나의 전생이고, 내일은 나의 내생..
여기는 나의 현생이고, 저기는 나의 내생
저사람은 나의 내생이고, 나는 저 사람의 전생이 아닌가요


오늘 하루 공공스러운 삶을 산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내생에 누리고 또 누릴 복을 짓는 셈인가요?


3.
지금, 이 세상은 얼마마한 악덕전생으로 이룩된 내생인가요?
지금, 이 세상은 얼마마한 공덕전생으로 이룩된 내생인가요?


4.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세계가, 개인들의 '자유의지'에 따라 전개되기보다는

자본(기업)이 설치해 놓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가고 있으며

개개인은 모르모트처럼 기업의 재생산을 위한 '양계'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서는

개개인의 지공무사를 강조하고, 선취하는 것은 

자본(기업)의 지공무사를 이끌어내기 위한 무기로서일 때만

정당합니다.


5.

지금 민심을 들끓게 만드는 

저 사법 농단이 가소롭고, 가증스럽고 가공스러운 까닭은

우리 사회에 '공공'의 공정, 지공무사, 공평을 수호하는 

보루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그곳이 우리 시대 공공혁명의 또 하나의 최전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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