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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Feb 22. 2019

3.1혁명 100주년 기념사 (초고)

- 천도교 교령 이정희

[이 글은 기록을 위하여 이곳에 남긴다. 필자는 천도교 교령 전서(기념사)로서 지난 6년동안 박남수, 이정희 교령의 각종 기념사와 연설문 초안을 작성해 왔다. 이 기념사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로서, 필자로서는 지난 6년간의 활동을 마감하는 의미가 있다. (이보다 후에 '3.10 순도추념사' 초안을 작성하기는 했지만) 그런데 이 초안의 '3.1혁명'이 교단 내 '독회 - 천도교 교령 명의의 기념사는 교령 단독으로 발표하지 아니하고, 교단 내 주요 기관장이 독회를 하여 그 문안을 확정한다. 이는 중요하고 필요한 과정이라도 생각한다'를 거치는 과정에서 3.1운동으로 바뀌고, 필자로서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서너 단락(밑줄 친 부분)이 삭제되고 그 밖에 적지않은 부분이 삭제되었다. 주로 '3.1혁명'의 역사적 계승과 의미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는 '현재의 독회 참여자'들의 '보수적 성향'과 '몰역사적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즉, '3.1운동은 그 당대에 중요한 가치만이 소중한 것이라는 인식이다. - 그때는 천도교가 화려하고, 민족 최대종단이던 시절이다. 그 시기만을 기억하고, 나머지는 다 거기에 종속되거나 부차적인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참으로 '몰역사적'이며, 시대착오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필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단지 이번 기념사 문제만이 아니라, 현재 천도교의 상황이 필자의 이런 생각을 여러 모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여, 필자가 보낸 '초고' 원고를 여기에 기록해 둔다.]


기념사


모시고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3.1혁명 제100주년 기념일입니다.

우리는 3.1혁명 100주년을 맞이하며 그 정신을 이어 역사를 바로세우고, 그 꿈을 모시고 살려서 다시 100년을 향한 3.1혁명의 새 출발을 시작합니다.


100년 전 오늘, 의암성사와 민족의 지도자들은 우리나라의 자주독립과 인류세계의 평등평화를 선언하고 만세를 선창하였습니다. 그 선언과 그 만세가 한반도를 채우고 온 세계를 깨웠습니다. 이로써 민주공화의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고 무장항쟁과 문화투쟁을 더하여 조국광복을 이루었습니다. 분단의 질곡 속에서도 민주화와 산업화를 거듭하여 세계사에 우뚝한 오늘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천도교는 동학농민혁명과 갑진개화운동, 교육구국운동의 전통을 계승하고, 49일기도로 이신환성 정신을 함양하며, 성심성력으로 3.1운동을 준비하였습니다. 겨레의 가슴에 독립 정신을 심는 뜻은 독립선언서로 표현되고, 대중화 일원화 비폭력 원칙은 공약삼장으로 표현되어 인류를 깨우는 첫 울림이 되었습니다.


보국안민 포덕광제의 길에서 순도하신 수백만 동학 천도교 선열과, 독립과 통일운동의 장정에서 순국하신 누백만 민족지사의 성령이 우리에게 출세하는 오늘입니다. 불순천리 불고천명의 각자위심에 빠진 세상 사람들이 다시개벽의 깃발 아래 동귀일체 하는 오늘입니다. 시호시호 노래하며 내일로 가는 오늘입니다.


존경하는 천도교인 여러분!

오늘, 3.1혁명 100주년에 우리 다시 한마음 한 뜻이 됩시다. 기도와 수도로 경천하고, 경물과 경인으로 힘을 길러 다시 개벽 새날의 선구자가 됩시다.


3.1혁명은 기미년에 문득 시작된 것이 아니라 동학-천도교로 이어온 보국안민 척왜양창의 운동의 현현입니다. 보은에서 꽃핀 민회운동이 첫째 봉우리입니다. 갑오년에 횃불을 올린 동학농민혁명이 둘째 봉우리입니다. 아래로부터의 첫 혁명, 자주의 시작이며, 다시개벽운동의 빛나는 성공, 독립의 출발점입니다.


갑진개화혁신–교육입국운동이 셋째 봉우리입니다. 교정쌍전의 두 바퀴로 자주근대의 신국가를 기약하였습니다. 각급학교를 설립하고 지원하며, 신문물 언론출판으로 계몽개화의 빛을 밝혔습니다. 의병과 개화파, 위정척사마저 껴안고, 독립입국의 한길로 내달렸습니다. 민족자존과 인류평등의 길을 밝힌 일입니다.


이 혁명, 이 운동이 흐르고 모여 3.1혁명의 큰 바다를 이루었습니다. 하늘의 때를 간구하고 기다리며, 세계 개조의 운수를 살피고 읽은 뒤에, 사람과 단체의 마음과 기운을 하나로 모아 마침내 거사하였습니다. 한울님이 감응하고 천하가 함께하여 세계 민족운동, 평화운동, 신문명 운동사에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왜곡되고 빼앗긴 천도교 3.1혁명의 역사를 되찾아야 합니다. 정의롭고 담대하던 3.1혁명 천도교의 기상을 되살려야 합니다. 3.1혁명 역사와 정신으로 우리 시대 자주독립-평화통일을 기도해야 합니다. 보국안민-후천개벽을 기필하며, 물오동포-인오동포의 생명세계를 향한 제2의 3.1혁명을 기약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한울님 스승님, 선열의 감응으로 다시 내일을 향한 장정을 선창하는 것은 지난 100년간 도산검수 고난의 길이 모질고 거칠었기 때문입니다. 분단과 신 서세동점의 현대사에서 성운이 꽃피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였기 때문입니다. 3.1정신이 헌법전문과 민족운동사에 맥맥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시천주 사인여천 인내천은 3.1혁명 공화정신의 원천입니다.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87년 항쟁과 2017년 촛불혁명 때마다 순도와 순국의 별들이 그것을 되살려 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 빛 안에서 삶과 사회와 국가의 주체임을 자각하였습니다. 후천 오만년 무궁토록 한울사람이 희망임을 굳게 새겼습니다.


공경하는 남과 북의 동포 여러분!

3.1혁명 그날처럼 우리 민족 하나 되어 통일조국을 맞이합시다. 그날의 궐기는 자유자주, 상부상조 정신의 개화입니다. 우리 역사의 오랜 시련은 평화와 행복 넘치는 자주통일의 밑거름입니다. 전 세계 온 인류가 우리 조국의 미래를 경축합니다. 천지의 마음과 기운이 우리 민족의 번영을 찬탄합니다.


갈라진 70년 분단 철조망은 칠천만 겨레 숨결로 녹여 버립시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산과 강, 마을과 들녘마다 꽃 피는 복지낙원을 건설합시다. 철조망을 녹여 징을 만들고, 총을 녹여 보습을 만듭시다. 삼각산이 춤추고 대동강이 노래합니다. 술을 빚고 떡을 빚어, 우리도 아리랑 노래하고 강강술래 춤을 춥시다.


3.1혁명의 선열들이 약속했듯이 한반도에 넘치는 평화통일의 깃발 춤이 세계 민중해방의 등불이 되게 하고, 백두 진달래 한라 유채꽃의 만세 소리가 인류 평등평화의 횃불이 되게 합시다. 우리의 함성으로 세계를 감동시키고, 우리의 눈물로 세계를 정화합시다. 오대양육대주 삼라만상까지 우리의 덕을 나누어 갑시다.  


온 세상의 동덕, 동포 여러분!

오늘 선열들의 거룩한 정신과 오롯한 헌신을 기억합시다. 3.1혁명 빛을 따라 개벽의 길로 나아갑시다! 사랑과 정의, 행복과 평화의 세상을 건설합시다.


남을 원망하기보다 스스로를 책려하고, 잘못을 배타하기보다 자기 건설에 정성들이는 마음은 3.1혁명의 마음입니다. 몸과 기운을 바르게 하여 봄을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우리의 안녕과 동아시아와 세계의 공존, 인류와 온 생명공동체의 공존공영을 위하여 지혜와 용기를 다하는 마음입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을 아우르는 기운은 3.1혁명의 기운입니다. 남녀노소가 서로 모시고 살리며 어울려 사는 대동의 기운입니다. 나와 네가 우리로 거듭나서, 하늘이 덮어주는 은혜에, 땅이 실어주는 은덕에 보답하는 기운입니다. 접화군생하고 홍익인간 이화세계하는 후천개벽의 기운입니다.


현숙하신 천도교인 여러분!

3.1혁명 제100주년의 새봄입니다! 수운 대신사께서 춘삼월 호시절에 또 다시 만나볼까! 하신 그 봄입니다. 해월신사께서 마음이 화하고 기운이 화하니 온몸이 화하고, 봄이 돌아오고 꽃이 피니 만년이 봄이로다 하신 그 봄입니다. 의암성사께서 저 나무의 세 가지 꽃이여 봄이 낳은 덕이요, 사람이 만든 공이로다 하신 그 봄입니다. 마음을 화하고 기운을 화하여, 이 봄을 맞이합시다.


다시 3.1혁명 100주년을 향한 출발의 새봄입니다. 신천지가 눈앞에 펼쳐지던 그 봄, 위력의 시대를 보내고 도의의 시대를 맞이하던 그 봄, 인도적 정신이 신문명 새 역사의 길을 비추던 그 봄입니다. 만세 함성으로 불러일으킨 새 봄이 이 세상 만물의 부활을 재촉하던, 가고 다시 돌아오지 아니함이 없는 그 봄입니다.  


앉았던 자리에서 다시 일어납시다! 내 모신 한울님이 우리에게 감응합니다. 스승님의 가르침이 우리를 인도합니다. 칠천만 동포가 우리와 함께하고 칠십억 인류가 우리를 뒤따릅니다. 천지의 기운이 우리를 격려하며 억천만 조령이 우리를 음우하여, 만물이 다시 새롭게 화생하고 만사가 뜻과 같이 이루어집니다.    


세상 사람들이여, 함께합시다!

3.1혁명의 그날처럼 너나없이 하나 되어, 수심정기 삼경세상, 유무상자 호혜시장, 동귀일체 개벽세상으로 나아갑시다! 새 봄을 노래하는 풍류, 새 문명을 예감하는 예지, 새 세계를 지향하는 기상이 어우러진 오늘입니다. 오늘 3.1혁명 100주년, 새 하늘 새 땅에 사람과 만물이 함께 새로워지는 다시개벽 첫날입니다.  


감사합니다.


포덕 160(2019)년 3월 1일

천도교 교령 이정희 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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