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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Feb 27. 2019

마음 농사를 짓다!

- 농부 전희식의 나를 알아채는 시간 

<신간안내 : 책은 3월 7일 전후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글 쓰는 농부마음 농사를 짓다!!

- 전희식, ""마음농사짓기- 농부 전희식의 나를 알아채는 시간", 모시는사람들, 15000원. 


농사농업농부농촌 


한때 ‘아스팔트농사’가 유행이었다. 쌀이나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위해, 농민들이 서울로 몰려와 아스팔트를 점거(?)하고 투쟁을 벌인 일을 두고 한 말이다. 쌀농사가 오래되었다지만, 그에 못지않은 건 ‘자식농사’다. 전통적인 의미야 어쨌건 간에, 지금으로서는 자식들이 정의롭고 자주적이며 행복한 삶을 산다면, 자식농사 잘 지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좋겠다. ‘도시농업’이라는 말이 생긴 지도 오래 되었으니, 도시농부가 있는 건 당연하다. 초기에는 ‘텃밭’ 등에 한정되었으나, 이제 생물 다양성 보전, 기후조절, 대기정화, 토양보전, 공동체문화, 정서함양, 여가지원, 교육, 복지 등의 다원적 가치를 도시에서 구현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 농업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일컫는 말로 확장되었다. 

길 위의 농부 전희식 들!!


농사는 심어서 기다리며기르고 살리는 일


이러저러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농사란 단지 농촌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니 농촌에 사는 농민들이 도시로 올라오고, 도시 삶에 찌든 사람들이 귀농하는 것만이 농사 문제의 전부일 수는 없다. 어느 경우든 농사란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를 가리키는 속 깊은 뜻을 가진 단어임을 알 수 있다. 결론을 말하면, 농사란 기르는 일이다. 씨앗을 심고서 기다리는 일이다. 비를 기다리고, 햇빛을 기다리고, 바람을 기다리며 그것들을 모시는 일이다. 기르는 것, 기다리는 것이 시간을 따라 흘러가되, 그것에 정성을 들이는 일이 농사다. 그 정성들임을 일컬어 ‘살림’이라고 한다. 그래서 농사는 심어서 기다리며, 기르고 살리는 일이다. 

길 위의 농부들 


농사짓는 사람이 모두가 농부농부가 하는 일이 모두가 농사 


농부가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사람은 누구나 농부가 된다. 그러므로 농부는 도시에도 있고 농촌에도 있다. 학교에도 있고 병원에도 있고, 촛불광장이나 공장, 바닷바람 드센 배 위에도 농부는 있다. 기르는 사람, 살리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정성들이는 사람은 누구나 농부이기 때문이다. 농부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농사가 된다. 먹을 것을 기르는 일, 입을 것을 만드는 일, 살 집을 만들고 가꾸는 일, 함께사는 세상, 더불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일이 모두 농사가 된다. 

농사 -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지!!


세상에는 ‘20모작+’을 하는 농부도 있다


오직 내 한 몸으로 지탱하고 경작할 수 있는 농사에 충실한 농부도 있지만, 세상의 심어서 기르고 살리는 정성이 필요한 온갖 일들에 두루 손품과 발품, 하다못해 말품이라도 파는 농부도 적지 않다. <<마음 농사 짓기 – 농부 전희식의 나를 알아채는 시간>>의 저자 ‘글쓰는 농부 전희식’이 바로 그런 경우다. <<똥꽃>>을 위시해서 <<소농은 혁명이다>>에 이르기까지 이미 여러 권의 저서를 낸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는 ‘글쓰기’와 ‘(작물)농사’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전국 곳곳을 두루 돌아다니며 품앗이에 여념이 없다. 그가 간여하는 농사일들을 헤아려 보면, 20모작은 너끈히 되고도 남는다. 

아스팔트 위의 농사! 


도리깨질에서 지구의 미래 걱정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그의 농사 너머의 농사일을 눈에 띄는 대로만 언급해 봐도 이는 금방 드러난다; “마음(영성)수행, 민주화운동 역사증언, 이웃 할머니와 어울리기, 마실 다니기, 농촌 체험 단체손님 안내, 해외 명상 유적 탐방, 귀농과 마음수양 강연, 동네 쓰레기 청소, 환경 친화적 난방(땔감나무), 강아지 분양, 농사 용품 재활용, 친환경 생활여건 조성 공공신고 활동, 촛불시위 참여, 동네 어른들 봉양, 동네사람들, 농부의 시각으로 세상 바라기, 농업 관련 국제행사 참가, 귀농 강연, 시민사회활동, 한울살림 활동, 한울농법 보급, 사회장 장례 치르기, ‘\소농혁명운동, 핵전반대 활동, 동학 활동….” 


농사다!! - 농촌체험 - 농촌이 청년을 살리고 세상을 살린다!!


모든 농사는 마음 농사로 통한다


개인적인 활동이든, 긴급한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활동이든 그는 모든 ‘농사현장’에서 단지 당면한 농사일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언제나 거리감을 잃지 않고 반성과 조심을 거듭한다. 그 하나하나가 마음 농사짓기이다. 백남기 농부 또는 의로운 한 교장선생님의 장례식장에서 지나가던 마을에서 우연히 일손을 거들게 된 도리깨 타작마당에 이르기까지, 서울 광화문에서 중국의 한 농촌 마을에 이르기까지 그의 마음 농사짓기는 계속된다. 분명히 옳다고 확신하는 순간에서도 그는 관성적으로 사람과 사건을 대한 태도를 스스로 경계한다. 뿐만 아니라 사물 하나하나에도 그의 마음은 소홀하지 않는다. 동학의 경물(敬物) 사상을 굳이 가져오지 않더라도, 그에게는 그것이 체화(體化)되고 심화(心化)되고, 의식화(意識化)되어 있다. 그 눈으로 사람과 만물을 바라보고 그 마음으로 그들과 소통하고, 그 마음을 따라 실천하고 살아간다. 

이것도 농사 - 살리는 일이다!


성내지 않는 그 마음이 살리는 마음


일이 많다고 바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마음을 늘 챙긴다고 긴장된 삶의 연속은 더더욱 아니다. 저자가 스스로 “어떤 조건에서도 긴장 없이 균형을 유지하며 평화로운 일상. 시골에 살면서 겪는 여러 일화들 중심으로 정리한 글들”(9쪽)을 모았다고 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농촌의 삶’이 선사하는 평화와 행복을 만끽하며 산다. 이제는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가 평소에 그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성을 안 내는 기 고마워. 늘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아.”(205쪽)라고 말한 그대로 그는 치열한 전투 현장이든, 해학과 풍자 넘치는 마을에서든 웃는 표정과 넉넉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가는 곳마다 기다려주고, 함께해주고, 살리고, 기른다. 그 갈피, 순간마다 그는 ‘나를 알아챈다.’

우리 집에 오는 모든 손님들은 어머니께 머리 숙여 절을 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만들다기록하다노래하다 


그러고 보면 농사 중에서도 제일은 마음농사다. 마음농사는 쌀농사나 다른 농사를 뒷자리에 놓는 농사가 아니라, 그것을 모시는 농사다! 마음농사는 그 자체로 살리는 일이다. 마음으로 짓는 농사요, 마음을 짓는 농사다. 농사를 짓되 마음에 거리낌을 남기지 않는 농사요, 농사를 지으면서, 마음을 기르는 농사다. 글쓰는 농부 전희식은 그 갈피와 순간들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기록하고, 노래한다. 스스로 정의하기를, 그 마음 농사짓기는 모두 “나를 알아채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마음 농사의 시간은 소중하다. 이야기를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들이 소중한 것은 그곳에 공감이 담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담은 다시 시간을 따라 그 공간(마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야기텃밭이다, 생각의 텃밭이다, 마음의 텃밭이다. 

길 위의 농사 - 아스팔트 농사!! 농부는 오늘도 웃는다 -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게 아니야!!


지금 왜 다시 마음 농사인가?


귀농귀촌은 이제 ‘하면 좋은 것’에서 ‘해야 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하고, ‘나는 자연인인다!’ 같은 프로그램이 장년층에게 인기 프로그램으로 고정되는 현실이다. 무엇 때문일까? 1인당 소득 1000불일 때도, 자식 둘셋은 대학을 다녔는데, 소득 3만 불이 되어서는 아이 하나 키우기도 힘들고 50, 60대는 일할 곳이 없는 데 산업현장에서는 일손이 부족하고, 5000만이 넘는 인구에도 ‘출산율’이 안 오른다고 아우성인가. 무엇 때문일까?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숙고하기보다 여전히 외형의 크기와 성장 신화에 매여 있는 스스로를 해방시켜야 한다. 마침 3.1운동 100주년이지 않은가.

마음 농사 짓기에 안성맞춤인 자세 297번 
농사는 기다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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